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눈]금감원의 존재 이유

이지윤 금융부




“최근 사모펀드 사태로 감독 책임론이 불거진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의 예산 독립은 원하지만 공공기관 지정은 바라지 않는다는 건 감탄고토죠. 금융위 품에서 벗어나면서 공공기관 지정까지 피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봅니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공공기관 지정을 위한 사전절차에 돌입할 예정인 가운데 금감원의 신규 지정 가능성과 관련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금감원의 선택지는 현행처럼 금융위에 예속되거나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두 가지뿐이라는 얘기다. 금감원 독립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금융위로부터의 예산 독립 방안을 만들어 제출하겠다”며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공공기관 지정까지 겹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금융위 측은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대해 “사전절차 초기 단계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논의가 재점화되는 것이 편치 않은 분위기다. 몇 해 전 같은 문제를 두고 기재부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논의 당시 금융위는 “금감원이 이미 정부와 국회의 통제를 받고 있어 공공기관 지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금감원의 편에 섰다. 기재부도 이를 받아들여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조건부 유예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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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어떨까. 라임·디스커버리·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의 잇따른 감독 부실에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현직 직원의 연루 의혹은 금감원을 더욱 코너로 밀어 넣고 있다. 금감원 독립을 마뜩잖게 보는 금융위가 편들어줄 리도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 독립은 금감원만의 희망 사항이 아닐까. 오늘도 사기를 당한 수많은 사모펀드 피해자들은 여의도에서 목청을 높이며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국감장에서 독립 주창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게 금감원의 존재 이유다.
/lucy@sedaily.com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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