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온라인 개최로 방향을 돌렸던 국내 대표 뮤직 페스티벌들이 각자 나름의 성과를 올리며 막을 내렸다. 적지 않은 접속자 수가 보여주듯 공연에 목마른 팬들에게는 그나마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 음악 산업 관계자들과 화상회의 방식으로 대화를 주고받기도 하고, 공연 영상의 IPTV 등을 통한 다시보기 서비스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은 올해 한 번으로 충분하다는 게 공통적인 바람이었다.
국내의 뮤직 페스티벌 가운데 올해 온라인 개최로 선회한 행사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등이 대표적이다.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지난달 9일부터 25일까지 기존 자라섬 한 곳에서 가평군 일원으로 장소를 확장해 진행했다. 주말에는 라이브 공연을 생중계하고, 주중에는 가평군 일원에서 사전 녹화한 영상을 송출했다. 첫 주말 공연이었던 9~11일 사이에만 시청 인원 23만 명을 기록했다. 페스티벌 주최 측은 LG유플러스의 IPTV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모바일 다시보기 서비스도 제공한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경우 지난달 16~17일 인천 송도 펜타포트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자우림, 국카스텐, 봄여름가을겨울 Re:Union, 빛과 소금 등이 출연한 공연에 이틀간 78만 명이 시청하며 페스티벌 중 가장 많은 온라인 관객을 모았다. 이른바 ‘홍대 씬’ 인디 뮤지션들이 모여 15분 안팎의 쇼케이스 형태로 진행하는 ‘잔다리페스타’의 경우 지난달 23~25일 50시간 동안 온라인을 통해 논스톱으로 영상을 송출했다. 주최 측이 사전에 녹화한 총 15시간의 공연을 쉬는 시간 없이 3회 연속으로 송출했다. 누적 접속자 수는 약 3만9,000건이었지만 접속 지역이 매우 다양했다. 국내를 비롯한 필리핀·일본·대만 등 아시아 지역은 물론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멕시코·콜롬비아·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에서도 접속해 눈길을 끌었다.
멀리 떨어진 관객과 아티스트 사이의 소통은 실시간 채팅이 대신했다. 공연이 온라인 상으로 실시간 중계되는 동안 관객들은 영상 플랫폼에 마련된 채팅창에 댓글을 남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공연장에서 직접 ‘떼창’할 수 없는 대신 채팅창에 실시간으로 가사를 올리며 최대한 분위기를 내 보기도 했다.
해외 음악 관계자들과의 교류도 온라인으로나마 이을 수 있었다. 예년 행사에선 페스티벌 기획자, 공연 부킹 에이전트 등 해외 음악산업 관계자들이 방문하던 잔다리페스타의 경우 화상채팅 플랫폼으로 대신했다. 플랫폼에 마련된 공연 화면을 행사 기간 내내 틀어놓으며 원석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 뮤직페스티벌의 주최 측 모두 온라인은 올해 한 번으로만 끝났으면 하는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어쨌든 반쪽짜리 공연이었으니 내년엔 제대로 된 공연을 열고 싶다는 것. 자라섬 재즈페스티벌 관계자는 “부디 내년엔 푸른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재즈를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수정 잔다리페스타 사무국장은 “원래라면 공연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뛰어다녀야 할 때 컴퓨터로 온라인 전송 상황을 확인하는 게 어색했다”며 “온라인 공연이 집중도는 높았지만 내년엔 원래대로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