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자석의 이론적 규명 말고도 저희 연구팀은 수소 생산을 위한 물 전기분해 기술, 그래핀 대량 생산기술, 백금 촉매의 철 대체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은 백종범(53·사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교수는 4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지향해 인류의 삶에 기여하자’는 게 제 철학”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경북대 공대 학사·석사를 거쳐 미국 애크런대 고분자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공군연구소 연구원, 충북대 화학공학부 교수, 미국 조지아공대 방문연구원, 미국 국립연구소 PNNL 방문교수를 했다.
특히 세계 최고 성능의 물 전기분해촉매를 기반으로 지난 2018년 루시투엔이라는 실험실 벤처를 창업해 전기분해전극을 양산·판매하고 있다. 백 교수는 “이 전극의 성능은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지향하는 2030년 수전해 전극 성능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며 “앞으로 수소경제 활성화라든지 다양한 산업현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물 전기분해 촉매 기술의 상업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세계 최고 성능의 수전해 전극으로 친환경 수소를 생산해 수소연료 전기자동차에 충전할 수 있는 수소 스테이션을 구축하는 게 장기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에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계기가 된 플라스틱 자석의 이론적 규명도 세계 최초이다. 그는 ‘금속물질만 자성을 갖는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유기 플라스틱 자석의 존재를 증명, 중장기적으로 실용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다만 그는 “이 연구는 사업화 하려면 멀었다. 플라스틱도 자성을 띌 수 있다는 개념을 규정한 것이지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고 털어 놓았다. 이 연구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한 정도에서 의미를 찾는 게 맞다는 말이다.
백 교수는 “오랜 기간 고내열성 고분자합성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탄소소재를 접하고 플라스틱 자성체를 비롯한 다양한 연구를 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 가운데 실험실에서 혼합물을 섞을 때 쓰는 쇠구슬에 흑연과 고체 상태 이산화탄소인 드라이아이스를 넣고 기계적인 힘으로 분쇄해 그래핀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개발해 뿌듯하다고 했다. 백금 소재인 촉매를 철로 대체해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성능과 내구성 모두 좋은 기술도 내놓았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 교수는 “새롭고 설레는 아이디어가 생기면 결과가 궁금해서 몇 달간 잠을 설칠 정도로 연구에 몰입한다”며 “실험실에서 뛰어난 성능을 지닌 소재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유수 학술지에 논문을 냈다고 하더라도 실생활에 응용할 수 없다면 인류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