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자산운용업계에서도 낮은 보수를 내세운 ETF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특정 지수·테마 ETF 시장을 선점한 자산운용사가 우위를 점하는 일이 많아 후발주자들이 총보수 인하를 통해 추격에 나서는 형국이다.
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6일 ‘KBSTAR미국나스닥100’ ETF를 상장한다. 총보수가 0.07%로 나스닥100지수에 투자하는 ETF 중 가장 낮은 보수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달 29일 총보수를 0.09%로 설정한 나스닥100 추종 ETF인 ‘KINDEX미국나스닥100’ ETF를 출시했다. KB운용처럼 업계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을 내세웠다.
수수료 인하 전략은 보통 후발 자산운용사들이 주로 구사한다. ETF의 경우 고객이 쉽게 바뀌지 않는 만큼 특정 지수·테마에 대해 먼저 출시된 상품에 돈이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 가령 한국거래소에서 가장 오래된 나스닥100 추종 ETF인 ‘TIGER미국나스닥100’의 시가총액은 5,424억원으로 KINDEX 미국나스닥100(311억원)의 17.4배 수준이다. TIGER미국나스닥100이 지난 2010년 출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ETF 시장에서 선점 효과의 중요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나스닥100 ETF 시장에 진입하려는 자산운용사들이 총보수를 낮춰 비교우위를 내세우는 이유다. 실제로 TIGER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는 0.49%로 KINDEX미국나스닥100의 5.4배, KBSTAR미국나스닥100의 7배 수준이다. 더구나 나스닥10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에 진입하려는 유인이 크다. 올해 10월 말 기준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총 14개로 이들의 운용 규모는 151조원에 달한다. 한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먼저 ETF를 출시한 자산운용사는 운용보수를 높게 받고 나중에 진입한 자산운용사는 보수를 낮게 받는 것이 마케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관련 ETF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난다. 삼성운용과 KB운용은 최근 ‘Fn뉴딜디지털플러스’ 지수 기반 ETF의 총보수를 0.09%로 설정했다. Fn뉴딜디지털플러스는 BBIG와 디지털·그린뉴딜 관련 종목을 추종하는 지수다. 맨 처음 BBIG 테마 관련 ETF를 출시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총보수를 0.40%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