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과 함께해야 한다. 그게 첫걸음이다.”
미국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270석의 선거인단을 사실상 확보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외교·안보 구도의 기본 틀은 이같이 정의할 수 있다. 양자주의를 기반으로 힘을 통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었다면 바이든 후보의 경우 동맹과 다자주의를 중요시한다.
실제 바이든 후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미국 안보의 핵심 틀로 보고 있다. 나토 회원국의 낮은 주둔비 기여를 질타하면서 독일 주둔 미군 감축까지 추진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은 나토가 유럽에서의 안보를 책임지면서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시 나토 탈퇴까지 거론했지만 바이든 전 부통령의 경우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도 비슷하다. 트럼프 정부 들어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이 지역에 공을 들여왔다. 우리나라와 일본·호주와의 강력한 동맹을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북한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기본 전략은 바이든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바이든 캠프도 선거 기간 동안 중국에 대한 견제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지금 중국의 상황은 우호관계만을 강조하기에는 중국의 위협이 실제적으로 커졌다는 게 민주당 내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가 겹치면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관계가 유지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를 고려하면 트럼프 정부에서 추진됐던 미국과 인도·일본·호주가 참여하는 군사동맹체 성격의 쿼드와 이를 확대한 쿼드 플러스는 계속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대선 직전 바이든 후보가 연합뉴스에 보낸 기고를 보면 그는 “우리의 군대를 철수하겠다는 무모한 협박으로 한국을 갈취하기보다는 동아시아와 그 이상의 지역에서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과 함께 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1차적으로 바이든 정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돈만으로 동맹과의 관계를 평가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그렇다고 공짜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는 게 워싱턴포스트(WP) 같은 주요 매체의 분석이다. 바이든 정부가 동맹과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만큼 대중국 봉쇄 전선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국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는 과거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바이든 정부에서 차기 국무장관으로 거론되는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중국과 경쟁을 할수록 협력을 위한 공간을 남겨둬야 한다”며 “세계적인 보건이나 핵안보, 기후변화처럼 우리가 협력할 수 있고 협력해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좀 더 효과적으로 경쟁하고 필요한 협력을 배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을 동맹과 함께 견제하겠지만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도 이어나가겠다는 뜻이라는 게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 이를 고려하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가고 있는 대만 문제의 경우 다소 긴장이 누그러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 정부의 특성상 대중국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 외에 인도·일본과의 협력도 지속적으로 강화,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로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직접 억누르는 방식보다는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게 민주당 캠프의 시각이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의 대중 관계는 압박과 협력이 동시에 추진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 때보다는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며 “양자관계를 기반으로 무역협정과 제재를 내리는 방식보다는 다자주의를 중심으로 동맹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나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앞서 미 대선 분석에서 “바이든이 승리한다면 미국의 대외 정책은 다시 한번 뒤집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바이든도 ‘트럼프를 선출했던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완전한 변화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베이징=최수문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