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설비자산의 신규투자가 이뤄지지 못해 공장 가동률이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북한이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 도입을 위해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대외개방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9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조태형 북한경제연구실장은 김민정 부연구위원,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와 함께 발표한 ‘북한의 자본스톡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18년 기준으로 북한의 전체 자본스톡 가운데 설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자산은 358%인 반면 설비자산은 33%로 심각한 불균형이 관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80년대 고정자산 대비 설비자산 비중이 32%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은 경제회복과 산업재건을 위한 설비자산 신규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보고서는 북한의 전력망과 기계설비의 노후화에 설비자산 부족 현상이 겹치면서 공장 가동률 저하, 저생산성, 투자의 비효율성 심화 등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자본스톡은 한 국가의 국부수준을 추정하거나 경제성장요인 분석 등에 사용되는 자료다. 국가가 창출한 부가가치 가운데 소비하고 남은 부분이 어떻게 누적돼 다음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자료 부족으로 파악이 어려웠던 북한의 자본스톡 중에서도 건설자산과 설비자산을 구분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북한의 경제성장률 둔화는 총요소생산성의 지속적임 감소 영향이라는 분석도 제기했다. 북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10~2018년 연평균 -1.7%를 기록했다. 특히 고강도 대북제재 영향을 받은 2017~2018년은 연평균 -4.8%로 악화됐다. 1990년대에는 계획경제체제의 비효율성 심화에 사회주의권 붕과, 자연재해 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었는데 2000년 이후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제 영향으로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태형 실장은 “북한의 자본재 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설비자산에 대한 투자 위축은 기존 설비 효율 저하와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져 경제 악영향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총요소생산성 마이너스가 지속된다는 것은 체제가 변해야만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에 북한이 체제 개혁과 대외 관계 개선, 선진국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