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400야드 헐크' 디섐보, 윙드풋 이어 오거스타도 파괴할까

사상 첫 가을 마스터스 12일 개막

US오픈서 혁명적 우승일군 디섐보

"48인치 드라이버 꺼낼것" 선전포고

445야드 1번홀 '1온'에 관심집중

올시즌 부진했던 디펜딩챔프 우즈

19개월만에 대회 2연패 노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2번홀(파3)의 최근 모습. /출처=마스터스 홈페이지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2번홀(파3)의 최근 모습. /출처=마스터스 홈페이지



마스터스의 시간이 돌아왔다. 4월이어야 할 마스터스의 시간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11월로 늦춰졌다.

4월이었다면 대회 전망은 아마 디펜딩 챔피언 타이거 우즈(45·미국) 얘기로 뒤덮였을 것이다. 사상 처음 11월에 열리는 마스터스 전망에는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 얘기가 많다. 마스터스에 버금가는 명성의 메이저 US 오픈에서 워낙 혁명적인 우승을 해냈기 때문이다. 디섐보는 지난 9월 US 오픈에서 최종합계 6언더파로 2위를 6타 차로 따돌렸다. 언더파 스코어로 마감한 참가자는 디섐보가 유일했다. 대회장인 윙드풋은 좁은 페어웨이와 질기고 깊은 러프로 악명 높은 곳이다. 여기서 디섐보는 러프를 비롯한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고 드라이버로 일단 멀리 쳐놓고 보는 전략을 구사했다. 장타를 쳐도 러프에 빠지면 그린에 올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지만, 디섐보는 6개월 새 20㎏이나 찌운 108㎏의 거구로 장타자들도 놀랄 초장타를 날려댔다. 러프에 잠겨도 그린이 코앞이니 큰 어려움이 되지 않았다.

지난 9월 US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브라이슨 디섐보. /AP연합뉴스지난 9월 US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는 브라이슨 디섐보. /AP연합뉴스


12일 밤(한국시간) 2020 마스터스(우승상금 207만달러)의 문을 열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은 첫 대회인 1934년부터 변함없이 마스터스와 함께하고 있다. 윙드풋을 초토화했던 디섐보는 일찌감치 오거스타의 86년 자존심을 다음 타깃으로 삼고 준비해왔다. 보통의 길이보다 3인치(약 8㎝)나 긴 48인치짜리 드라이버를 꺼내겠다고 선전포고도 했다. US 오픈 때보다 더 강력한 드라이버 샷으로 오거스타를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9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 따르면 디섐보는 1988년 마스터스 우승자인 샌디 라일(스코틀랜드)과 함께 오거스타에서 연습 라운드를 했다. 라운드 내내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라일의 증언을 정리하면 디섐보는 445야드인 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 때 샌드웨지를 들었다. 575야드의 긴 파5홀인 2번홀에서는 티샷 뒤 8번 아이언으로 2온을 노렸다. 또 3번홀(파4·350야드)에서는 드라이버가 아닌 3번 우드 티샷으로 그린을 넘겼다. 이날 48인치 드라이버를 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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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장타 1위(평균 344.4야드)인 디섐보는 마음먹으면 400야드도 보낸다. 앞서 그는 연습 중 측정한 드라이버 샷 거리의 수치를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는데 캐리(날아간 거리)로만 400야드 이상이 찍혔다. 한쪽으로 휘어진 도그레그 홀에서 커브 지점이 아니라 그린을 향해 직접 ‘쏘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올해 마스터스에서는 13번홀(파5·510야드) 티샷을 다른 홀(14번) 페어웨이로 보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숲과 숲 사이에 티샷을 떨어뜨리는 게 보통인데 디섐보는 숲을 훌쩍 넘겨 남의 홀에 티샷을 갖다놓겠다는 것이다. 이러면 장애물 없이 그린이 훤히 보여 2온이 훨씬 용이하다.

2019 마스터스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는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2019 마스터스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는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오르막 지형의 445야드인 1번홀(파4)에서 1온에 성공할지도 관심사다. 마스터스에서 여섯 차례 우승했고 오거스타에서의 라운드만 수백 번인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디섐보에 대해 “거리가 정확성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낸 친구”라고 평하며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섐보의 마스터스 출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16년 아마추어 출전자 중 가장 높은 공동 21위에 올랐는데 이때가 최고 성적이다. 아마추어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로(low) 아마추어상 수상자 중 대부분은 이후 마스터스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니클라우스와 우즈(5승), 필 미컬슨(3승) 등은 예외다. 디섐보도 그 뒤를 이으려 한다.

지난해 마스터스 제패로 11년 만에 다시 메이저 우승 시계를 돌린 우즈는 19개월을 기다린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우즈는 올 시즌 출전한 2개 대회에서 컷 탈락(US 오픈)과 공동 72위(조조 챔피언십)에 그쳤다. 여기에 ‘40대 중후반은 한 해 한 해가 다르다’는 얘기까지 얹으면 대회 2연패 기대는 뚝 떨어진다. 하지만 오거스타 내셔널을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임에는 틀림없다. 1998년 마스터스 챔피언 마크 오마라(미국)는 “최근 몇 개 대회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속단해서는 안 된다. 오거스타의 우즈에게는 언제나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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