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소프트뱅크와 사족보행 로봇 스팟, 이른바 ‘로봇 개’로 유명한 로봇 개발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두고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소프트뱅크가 구글에서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현대차(005380)에 경영권을 포함해 최대 10억달러(약 1조1,1,50억원) 규모에 매각하는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아직 협상 단계로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변경 가능하며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양재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래 현대차그룹 사업의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그룹 차원의 로봇 사업 육성에 대해 언급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논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인 현대차그룹이 미래 전략 차원에서 진행되는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90년대 초반 MIT에서 시작한 기업으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다 2013년 구글에 매각됐다. 이후 2017년 소프트뱅크로 다시 매각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연구를 중점적으로 진행하는데 개를 닯은 조종 가능한 로봇 ‘스팟’ 등 기발한 로봇들을 잇달아 내놨다. 그러나 사업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로봇 관련 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리얼타임 로보틱스’에 투자했다. 듀크대 출신 엔지니어가 창업한 로봇 스타트업으로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개발 중인 기업이다. 리얼타임 로보틱스는 2016년 듀크대에서 시작한 ‘로봇 모션 플래닝’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일반 로봇은 사람을 다치게 할 정도로 강한 힘을 지녀 사람이 가까이 가면 멈추거나 속도를 줄여야만 했는데, 리얼타임 로보틱스는 사람과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속도와 힘을 제어하고 회피하는 센서가 달려 있다. 사람이 하는 작업의 보조 역할에 불과했던 협동로봇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로봇 기술은 모빌리티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최종 배송단계)’를 위해 로봇 전문업체인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와 함께 이족보행 로봇을 개발 중이다.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착용형 로봇이나 드론 역시 모빌리티 산업에 활발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언제나 다양한 전략적 투자와 제휴 기회를 지속 모색하고 있으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