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한 교회 베이비박스(유기 영아 임시보호시설)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갓난아기의 20대 친모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 외에도 미혼모들의 영아 유기범죄가 끊이지 않는 만큼 피의자에 대한 일방적 비난에 그칠 게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기준을 손보는 등 사회 취약계층인 한부모가정 지원 제도 전반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경제가 취재한 미혼모 지원단체들은 최근 발생한 베이비박스 영아 유기 사건에 대해 ‘20대 친모가 어떤 심정으로 베이비박스 바깥에 아기를 뒀는지 이해가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리현 가온한부모복지협회 대표는 “임신 뒤 가족이나 애인과 관계가 단절되면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는 미혼모가 많다”며 “자칫 베이비박스를 열었다가 알람이 울리고 사람이 나오면 자신이 발각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희 미혼모협회 아임맘 대표도 “적지 않은 미혼모들이 자신을 숨기는 경향이 있다”며 “아마 해당 여성도 갑작스럽게 출산하게 되자 공황 상태에서 아이를 베이비박스 바깥에 둔 게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20대 미혼모가 중고거래 사이트에 자신이 낳은 신생아를 입양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려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되풀이되는 미혼모들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서는 한부모가정에서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현행 한부모가정 지원 제도는 적용 기준이 까다로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연령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 달 20만원의 육아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소득이 중위소득 52%(2인 가구 기준 월 155만원) 이하여야 한다. 만약 배기량 1,600㏄ 이상, 10년 미만의 자동차가 있다면 차량가액 전체가 소득으로 잡혀 양육비를 지원받기 어렵다. 박 대표는 “다자녀 한부모가구일수록 차가 꼭 필요한데도 기준을 충족하는 차를 사려고 하면 ‘폐차장에 가보라’는 우스갯소리를 듣는다”고 설명했다.
한부모가정에 주어지는 돌봄 혜택도 마찬가지다.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교실은 ‘법정 한부모가정’에 우선순위를 주고 있다. 문제는 법정 한부모가정의 지위가 중위소득 60% 이하라는 점이다. 중위소득 60%는 2인 가구의 경우 월 179만5,200원으로 주 40시간 기준 한 달 최저임금(179만5,31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박 대표는 “미혼모일수록 남편은 물론 가족과도 연락이 끊긴 경우가 많아 공적 제도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만 받아도 돌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한부모가구의 월 평균소득은 219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소득(월 389만원)의 56.5%에 불과했다. 특히 모자가구의 평균 근로·사업소득은 월 169만원으로 부자가구(247만원)보다 78만원이나 적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양육뿐 아니라 임신부터 출산·입양 등 모든 과정에서 한부모를 위한 지원 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한부모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학대나 유기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도록 사회 인식과 제도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