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시작부터 논란 공수처장 후보 심사… '추가 추천' 새 뇌관 되나

與전종민, 野석동현 쏘아올린 '중립성 논란'

野 추천 손기호 사퇴, 관심 집중되자 부담 돼

野, '부실 추천' vs "與, 권력의 '애완견'

이찬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에서 변협 추천 공수처장 후보자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이찬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에서 변협 추천 공수처장 후보자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 심사 작업이 시작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심사 대상에 오른 후보자들의 과거 발언과 이력 등을 두고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야당 측 추천 후보자가 여론 부담에 사퇴하는 상황도이 벌어지기도 했다. 후보자 추가 추천 문제가 여야 협상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자 심사를 위한 추천위원회 2차 회의(오는 13일)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공수처장 후보자들의 발언과 이력 등을 놓고 공방이 펼쳐졌다. 후보자 1차 추천 마감 시한이었던 지난 9일 오후 기준 총 11명의 심사 대상자가 확정됐다. 여당 측 추천위원은 판사 출신 인사 2명을, 야당 측 추천위원은 검사 출신 인사 4명을 추천했다. 당연직 추천위원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각 1명의 후보자를, 대한변호사협회는 3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가장 논란이 된 인물로 야당 측 추천 후보자인 석동현 전 검사장이 꼽힌다. 여권에서는 그가 새누리당(전 국민의힘) 시절부터 야권과 인연을 이어온 점과 21대 총선 때는 미래통합당(전 국민의힘) 경선에 도전했다는 이력 등을 문제 삼았다. 정치적으로 중립이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윤석열 검찰총장과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점도 지적됐다.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자로 추천한 4명 중 한 명인 석동현 전 검사장. /조예리기자야당이 공수처장 후보자로 추천한 4명 중 한 명인 석동현 전 검사장. /조예리기자


석 전 검사장이 공수처장 1차 후보자로 추천된 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는 태어나선 안 될 ‘괴물’기관”이라고 언급하면서 여론 역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정의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석 전 검사장의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지난해 전광훈 목사 등이 참석한 집회에서 정부의 일본 수출 규제를 비난하면서 ‘나라와 국민에게 반역하는 행위만 아니라면 저는 친일파가 되겠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라며 “국민의힘은 석동현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내세운 저의를 국민 앞에 분명히 밝히고, 즉각적인 철회와 사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후보자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야당 측 추천 후보자 중 한 명이었던 손기호 변호사가 스스로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야당 측 추천위원인 이헌 변호사는 “손 변호사의 사퇴 이유는 과도한 언론 취재와 보도, 공수처 출범 및 석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 논란에 따른 부담이 주된 원인이었다”고 언급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이 지난 10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열렸다. 박경준 변호사(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임정혁, 이헌 변호사 등 7명의 추천위원들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이 지난 10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열렸다. 박경준 변호사(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임정혁, 이헌 변호사 등 7명의 추천위원들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립 논란’이 야당 측 추천 후보자에 국한되지는 않았다. 여당 측 추천위원이 추천한 전종민 변호사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허위사실유포 사건 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소추위원 대리인단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겸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 관련 가장 논란의 중심에 있는 최강욱 의원의 변호인은 누가 뭐래도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에 하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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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전 변호사의 중립성 논란에 관해 여당 측 추천위원인 김종철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가 당과 사전에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당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한 최운식 변호사는 지난 6월 공수처 관련 공청회에서 공수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검증 과정에서 야당의 문제 제기가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여당 측 추천 후보자는 모두 판사 출신인 반면 야당 측 추천 후보자는 모두 검사 출신이다. 여권에서는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검사 출신은 초대 공수처장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석 전 검사장 논란을 겨냥해서 “부실 추천”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반면 야당은 여당이 판사 출신을 추천한 저의를 비판하며 맞서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KBS라디오 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수사 경험이 없는 사람을 갖다 놓는다는 것은 그냥 권력의 애완견으로 두겠다는 데 다름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측 추천 후보자인 손 변호사의 사퇴도 향후 협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야당 측은 손 변호사 사퇴에 따른 후보자 추가 추천 문제를 2차 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여당 측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후보자 추가 추천 제안을 ‘시간 끌기’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후보자 결원 문제의 처리 방식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강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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