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밤 10시 이후 '심야택배' 제한... '수수료 인상' 논의는 미뤄

정부, 택배기사 과로방지책 발표

1일 최대 작업시간 기준 마련

심야 택배앱 차단 방안도 검토

'권고' 등 조치 그쳐 실효성 의문

민감한 택배 가격구조 개선은

논의 거친뒤 내년에 마련키로

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김현미(왼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심야배송을 제한하고 하루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조치 대부분이 권고·유도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민감한 부분인 택배 수수료 인상은 ‘사회적 논의’를 거치기로 하며 슬쩍 정부가 비켜섰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으로 기자 브리핑을 열고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먼저 택배기사의 장시간·고강도 작업시간을 줄이기 위해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이 한도 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다만 택배사별로 여건이 다른 만큼 실태 조사를 거쳐 적정 작업시간의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주간에 일한 택배기사의 경우 오후10시 이후 심야배송은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오후10시 이후 아예 택배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연배송 시 택배기사에게 불이익이 주어지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다만 식품 등 ‘생물’에 한해 예외적으로 심야배송이 허용될 예정이다. 택배사별로 배송량 등을 고려해 노사 협의를 거쳐 택배기사의 토요일 휴무제를 도입하는 등 주 5일 근무제 확산을 유도하고, 택배기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 원인으로 지목되는 택배 분류작업은 노사 의견수렴을 통해 명확화·세분화하는 방식으로 업무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정부는 택배기사 배송 수수료를 줄이는 일명 ‘백마진’ 관행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하기로 했다. 백마진은 택배사가 물량을 따내기 위해 유통사에 건네는 ‘뒷돈’으로, 결국 이만큼이 배송 수수료에서 빠지게 된다. 정부는 대형화주와 택배사, 대리점, 택배기사로 연결되는 구조를 단계별로 훑어 불공정 행위가 없는지 살피고, 연말까지 불공정 행위에 대한 특별 제보기간을 운영하는 한편 내년 상반기에는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합동으로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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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사와 대리점·택배기사 등과 협의해 적정 작업시간과 심야배송 제한, 분류업무 명확화 등을 담은 표준계약서를 내년 상반기 중으로 마련하고 이를 택배사업자 등록 요건으로 정해 그동안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를 유도한다.

아울러 도시철도 차량기지나 공영주차장 등 ‘노는 땅’을 공유형 택배 분류장으로 활용하고 자동 택배 분류 설비 도입에 5,000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낮은 이자 융자, 펀드 등을 활용해 연 5,000억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1일 최대 작업시간, 심야배송 금지 등을 강제가 아니라 사업자가 이행하도록 권고·유도한다고 밝힌 만큼 실제 택배기사 처우 개선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정부는 배송 수수료 인상 등 택배 가격구조 개선은 우선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내년에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가격 인상을 우려해 눈치 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배송 수수료 하락은 그만큼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는 택배기사의 업무를 더욱 과중하게 하고 택배사의 영업이익률을 낮추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민간 회사인 택배사의 분류 작업 자동화를 위해 시중 금리보다 2%포인트가량 낮은 저리로 대출을 해주는 정책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백승근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정책자금은 택배 현장 종사자의 노동 강도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또 배송 수수료 인상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는 만큼 곧 택배업계와 택배기사, 노동조합, 소비자 등이 참여한 사회적 기구를 출범시켜 논의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조양준·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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