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반복되는 흐름이 있다. 출연한 사장님들의 표정을 보면 확실하다. 촬영 초반부와 솔루션 이후 손님을 맞는 사장님들의 얼굴은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고는 한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감 없는 닭떡볶이집, 무표정한 국숫집, 특히 말을 툭툭 던지는 하와이안 주먹밥집 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나 같아도 그냥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장사가 안 된다는 상황이 사람을 얼마나 위축되게 만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를 극복하려면 장사가 잘 돼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니 답답하고, 또 장사는 안되는 현실의 반복. 답답함이 쌓여 누적된 피로가 사장님들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까지 ‘골목식당’에 출연한 가게들은 메뉴와 맛이, 접객 태도가, 사장님의 의지박약이 주된 문제였다.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가게는 무너져 있었다. 알면서도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일부는 그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음식에 만족스러워했고, 뭔가 이상하다는 백종원의 반응에 불편해했다. 손님 반응을 주의깊게 살피지 않았다. 이게 심각하면 ‘빌런’이 됐다.
백종원의 조언은 늘 명확했다. 주변 상황과 가게 콘셉트 사장님의 능력에 맞춰 메뉴를 선정하고, 계량된 레시피로 꾸준한 맛을 내고, 쏟아지는 손님들에 적절히 대응하라. 이 조언은 마치 집을 짓는 과정과도 같다. 기단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벽을 쌓고, 지붕을 올리라고. 반복하다 보면 더 좋은 집을 짓고 사람들을 맞을 수 있다고, 그는 ‘푸드트럭’ 시절부터 늘 똑같이 이야기했다.
이게 누군가에게는 떠먹여주는 식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래도 잘 소화하는 출연자가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다. ‘홍탁집’ 사장 권상훈 씨가 대표적 성공사례다. 의욕 없이 어머니에게 의지하던 그가 점차 성장하며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다.
물론 많은 사장님들은 급격한 변화를 버텨내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마음을 다잡고 그걸 꾸준히 이어간다는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숟가락으로 떠먹여주는 것도 한두번이지, 몇 번 받아먹어도 스스로 숟가락질 못하면 그냥 굶어야지 별다른 수가 없다.
이번 골목의 하와이안 주먹밥집을 보며 다시 홍탁집을 떠올린다. 미리 만든 주먹밥, 정비되지 않은 간판, 퉁명스런 주인. 누가 봐도 곧 망할 식당이었고, 시식하기 싫다는 백종원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첫 방송만 봐서는 ‘도와주면 안 될 식당’임에 틀림없었다.
사실 알고보면 안 하는게 아니라 방법을 몰라 못 하는 것이었다. 3대에 걸쳐 50년간 자리를 지켜온 가게, 세 자녀를 둔 부모, 주먹밥집 사장 부부는 내색하지 않지만 절박해보였다. 지켜야 할 것이 많았다. 무뚝뚝한 사장님은 표현이 그랬을 뿐 묵묵히 가정과 가게를 돌보던 보통의 아버지였다.
가게를 정비하고, 청소하고, 새 음식을 만들어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말 음식에 재능이 없다는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손에 받아든건 라면 레시피. 첫 반응은 뜨뜨미지근 했지만, 맛을 보고 깜짝 놀란 사장님은 MC들이 준비한 조리복까지 갖추고 나자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희망이 보였다.
‘하루에 50그릇도 못 팔 수 있다. 몸에 익으면 200 그릇도 판다’는 백종원의 말에 눈빛이 살아나고, “애들 생각하면서 입꼬리를…”이라는 아내의 말에 억지로 미소지었다. 손님이 늘어날수록 목소리가 바뀌고, 손님들과 대화하고, 하다 보니 입에서 노래까지 절로 흘러나왔다. “감사하고 먹먹하다. 새로운 빛을 봤다. 서비스업에 맞는 태도와 모습으로 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그의 마지막 모습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골목식당’에서 ‘장사’라는 부분만 덜어내면 보통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보인다. 먹고 살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이 프로그램은 차분하게 설명한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거나 공부해 원인과 개선방안을 짚어내고,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뭐든 되지 않겠냐는 아주 단순한 진리가 반복적으로 돌고 돈다. 백종원이 말하는 솔루션은 식당뿐만 아니라 이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유효하다. 그리고 사실 우리 모두 그걸 잘 알고 있다. 사장님들처럼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