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넘게 차주·경찰과 실랑이…체포 후에도 소란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40대 중반 A씨. 그는 지난 6월 말 밤, 서울 강남의 한 고시원 앞 주차된 승용차 밑바닥에 드러누웠다. 승용차 주인 B씨가 차에 타려는 것을 보고, 차 운행을 방해한 후 돈을 받아내려는 의도였다.
30분 정도가 지난 뒤 ‘술 취한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2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일어나라는 경찰의 요구에 A씨는 응하지 않고 오히려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A씨는 이렇게 약 1시간10분 동안 B씨가 차를 몰지 못하도록 하고, 고시원과 근처 상가를 이용하는 차량 등의 이동을 방해했다.
결국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그러자 A씨는 출동 경찰 중 한 명의 정강이를 입으로 무는 방식으로 폭행을 저질렀다.
체포된 A씨는 경찰서 유치장에서도 이상행동을 보였다. 그는 유치장 변기 뚜껑을 잡아당겨 뜯어내고, 간이 화장실 문을 잡아당겨 벽에서 떼어냈다.
1심서 벌금 500만원…"실형 내릴 정도 아냐"
이후 A씨는 일반교통방해, 공용물건손상,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1심 법원은 그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장원정 판사는 최근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서는 심신미약으로 인한 형 감경이 이뤄졌다. 범행 무렵 A씨의 지능이 IQ 68정도로 지적장애 수준이었으며 사회적응 연령은 8세 전후로 추정된다는 조사 내용이 감경 결정에 고려됐다. A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절차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나 양형조사 과정에서도 ‘타인이 두렵다’거나 ‘유치장이 좋다’는 등 이유로 출석을 거부한 점도 참작 요소였다.
장 판사는 “그간 A씨의 전력을 보면 폭력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여 징역형으로 사회와 격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들었다”면서도 “그러나 A씨는 책임능력이 미약한 경우로 판단되고 징역형으로 교정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장 판사는 “범행 양상이나 전력에서 드러나는 폭력 성향이 A씨에게 반드시 실형을 복역하게 할 정도로 위험한 경우라 판단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