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국정농담] 추미애·윤석열의 '檢연속극', 웬 지지율을 개혁했다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윤석열 단번에 대권 '3강'...선호도 1위 조사까지

초유의 現정부 인사 야권 선두에 여야 모두 당황

秋 "사퇴하고 정치하라"... 정치권 "秋가 1등공신"

참여연대·민변도 추 장관 '비번 공개법'에는 반대

정세균 등 '잠룡'들, '정치 이슈 블랙홀' 차단 나서

최재형은 "월성원전, 범죄 개연성 있어 檢에 자료"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국민들의 기억에서 이제는 무얼 위해 싸우는지도 가물가물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공방이 벌써 수개월째 정치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특히 ‘추미애가 때릴수록 올라간다’는 윤 총장의 차기 대권 지지율이 어느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여야 의원들을 모두 당황케 하는 사태를 맞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불과 1년 전 파격적으로 승진시켜 임명한 인사가 ‘야권 대표 주자’로 선호도 1위에 오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지지율 개혁’까지 일어났다. 정작 추 장관이 제안한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은 진보 성향 단체인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까지 반대하고 나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제 뭐가 검찰개혁이고 누가 정의인지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검언유착 의혹’ ‘라임·옵티머스 의혹’ ‘추 장관 가족 의혹’ ‘윤 총장 가족 의혹’ ’특수활동비 감찰’ ‘월성 원전 1호기 논란’ 등 일일이 외우기도 힘든 여러 대립이 마치 흥미진진한 TV드라마 연속극처럼 1년 내내 이어지면서 주인공인 추 장관과 윤 총장 이름만 끊임없이 각인시킨 효과를 남긴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이 ‘대하 정치 사극’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의 삶은 전혀 달라진 게 없음에도 말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쯤 되면 노린 게 아니냐’는 반응과 함께 여야 할 것 없이 이 두 사람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깜짝 1등’에 정치권은 ‘발칵’


지난 11일 정치권은 한 여론조사 결과에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차기 대권 주자 중 최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조사된 인물이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지사가 아니라 바로 윤 총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은 윤 총장(24.7%), 이 대표(22.2%), 이 지사(18.4%) 순으로 집계됐다. 이 대표와 이 지사가 20% 안팎의 박스권에서 정체한 사이 윤 총장의 지지율만 홀로 치솟았다.

여당 측 인사 대부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애써 표정 관리를 했지만, 일각에서는 그간 여권이 윤 총장을 공격한 게 되레 윤 총장을 띄워준 꼴이 된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간 야권에 대안이 없어 여권 인사로만 구축됐던 ‘2강 체제’가 보수 결집으로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결과라는 진단이었다.

야당 입장에서도 이는 결코 긍정적이기만 한 결과는 아니었다.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무소속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여전히 ‘도토리 키재기’만 하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 그것도 현 정부 인사가 야권 지지자들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의 지지율 상승세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목소리에 4년째 지지부진한 야당에 대한 불신까지 더해진 결과라는 평도 나왔다. 윤 총장이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계 진출 가능성을 암시한 것도 보수층 결집에 한몫한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후보군을 더 많이 제시한 한국갤럽과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13일 발표 여론조사(각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윤 총장의 지지율이 11%, 11.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신뢰도에 논란을 일었지만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윤 총장의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8%포인트나 올라 상승세는 뚜렸했다.

추미애(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추미애(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尹, 지지율 1위던데 사퇴하고 정치하라”

윤 총장의 주가가 수직상승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관심을 끈 사람은 추 장관이었다. 여야 안팎에서는 ‘사실상 윤 총장을 대권 주자로 만든 ‘1등 공신’은 추 장관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고, 이제는 다툼을 멈춰야 한다는 호소도 나왔다. 최근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조작’ 의혹 수사 역시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의 고발에서 비롯된 점도 다시금 회자됐다.

하지만 추 장관은 멈추지 않았다. 추 장관은 11일에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윤 총장의 당일 여론조사 1등 소식을 먼저 거론하며 국민들에게 두 사람의 존재감을 알렸다. 추 장관은 이날 윤 총장을 가리켜 “오늘 1위로 등극을 했는데 차라리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를 하라”며 “임기제는 검찰사무에 대한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검찰총장에게 정치 무대를 제공하라는 것은 아니므로 임기제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두 차례 “사퇴”를 언급하면서 “정치적 야망을 드러냈다”는 말은 네 차례나 반복했다. 윤 총장이 대권에 나갈 수 있는 인사임을 국민들에게 굳이 또 시사한 것이다.

추 장관은 “검찰을 가장 중립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장본인이 정치 야망을 드러내면서 대권 후보 행보를 하는 것에 대해 언론의 책임이 굉장히 크다”며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끌고 나가는 정책을 검찰이 수사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주권재민이 아니라 주권이 검찰의 손에 놀아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또 ‘윤 총장이 보수 언론 사주와 잇따라 만났다’는 주장을 두고도 “사실이라면 검찰공무원 행동 강령과 검사 윤리에 위배되기에 지휘 감독권자로서 좀 더 엄중하게 판단해 보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적인지 동지인지 구별이 안 돼”


정치권 안팎에서는 급기야 두 사람을 ‘공생관계’처럼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의 갈등이 더이상 언론에 노출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시각도 빠르게 확산했다.

관련기사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관계는 참 애매하다”며 “적인지 동지인지 잘 구별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과 국회에서 특수활동비·월성 원전 수사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윤 총장을 정치로 떠밀고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며 “지지율 상승의 1등 공신이 법무부 장관인데, 이렇게까지 지지율을 올려놓고 윤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원조 친노(친노무현)’로 불리는 유인태 전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 총장과 추 장관을 두고 “두 고집끼리 충돌하니 누가 말리지도 못하고 그런 것 아니냐”며 “임명권자가 어떻게든 조정을 해서 둘이 다시 손잡고 갈 수 있도록 하든가, 아니면 (둘 다) 인사 조처를 하든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 총장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이게 다 추미애(법무부 장관) 덕이죠”라고 썼다.

13일 참여연대와 민변는 추 장관이 법안 검토를 지시한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은 반인권적이라며 잇따라 비판 입장을 내기도 했다. 윤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압수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겼다’는 추 장관의 판단에서 비롯된 법안임에도 진보 성향 단체들조차 “검찰개혁에 역행한다”며 반대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정세균 “윤석열은 자숙하고 추미애는 점잖아야”

윤 총장의 급부상에 가장 속이 타들어 갈 사람들은 이른바 ‘대권 잠룡’들이었다. 이들은 정책적으로 무엇을 준비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윤 총장이 추 장관과의 공방만으로 거물이 되자 그 바람을 조기에 차단하려 애를 썼다. 윤 총장과 달리 현 ‘잠룡’ 대다수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대권을 준비했거나 그에 도전해 온 인물들이다.

가장 눈에 띈 인물은 정세균 국무총리였다. 정 총리는 지난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연 취임 3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윤 총장을 가리켜 “검찰총장의 최근의 행보를 보면 좀 자숙하셨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며 “(윤 총장) 가족이나 측근들이 어떤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고 또 수사를 받기도 하지 않았느냐”고 훈계했다.

추 장관에 대해서는 “검찰개혁을 위해 수고를 많이 하는 점은 평가하나 그 과정에서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겠다”며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 아마 국민들도 나와 비슷할 생각을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수사 논란에 관해서는 “검찰의 개입이 최선을 다해 적극행정을 펼치려고 공직사회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는 지난 4일에도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싸움을 못 하도록 총리가 중재해야 한다”는 또 다른 ‘잠룡’ 홍준표 의원의 지적에 “국민께서 몹시 불편해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며 “앞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총리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고위공직자라면 절제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요구되는데 어떻게 할 말 다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하면서 도리를 다한다 하겠느냐”며 윤 총장과 추 장관 모두를 질책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 지지도가 높다는 것은 정부·여당에서 그 사람이 제일이라는 얘기”라며 윤 총장을 아예 여권 후보로 취급하는 발언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야권 혁신 플랫폼’에 윤 총장도 참여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최재형 감사원장. /연합뉴스


최재형은 “월성 원전, 범죄 개연성 있어 檢에 참고자료 보냈다”

한편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르는 월성 원전 1호기 검찰 수사와 관련해 최재형 감사원장의 수사 협조가 정치권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1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한 최 원장은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보낸 경위를 물은 양기대 민주당 의원 질의에 “감사위원들의 동의와 양해를 구했고 이의제기한 위원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혐의가 인정돼 고발할 정도는 아니지만 추가 수사에 따라 범죄가 성립할 개연성이 있다는 판단에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보내기로 한 것”이라며 의사결정이 지난달 22일 국민의힘의 고발 시점보다 더 먼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정책 결정을 사법적인 기준으로 단죄하려 한다는 일부 지적에 동의하느냐”는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 질문에는 “감사원은 에너지 전환 정책 자체가 아니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즉시 중단한 결정 과정을 감사한 것”이라며 “어디까지 수사할지는 검찰이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는 결론은 아니기에 언론에서 이를 ‘조작’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감사원이 해명해야 한다”는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요구에는 “가치평가나 해석을 필요로 하는 표현은 가급적 보고서에 넣지 않기 때문에 조작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양이 의원이 “조작이라는 표현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에 동의한다고 보면 되는 건가”라고 재차 묻자 최 원장은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던 ‘검찰개혁’이 어째 차기 대권까지 좌지우지할 ‘국운이 걸린 일’이 돼 가는 분위기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