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셰익스피어앤컴퍼니




“실비아는 생기 있는 갸름한 얼굴에 작은 동물들에게서 볼 수 있는 활기와 어린 소녀 같은 명랑함이 깃든 갈색 눈동자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다리도 예쁘고 친절하고 상냥하고 모든 이에게 관심을 보였고 유머가 있고 사람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했다.”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파리는 날마다 축제’라는 책에서 서점 ‘셰익스피어앤컴퍼니’의 주인인 실비아 비치를 이렇게 묘사했다. 헤밍웨이는 22세였던 1921년부터 7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살았고 1957년부터 이 책을 썼다. 30년가량 지났는데도 이렇게 세심한 표현이 가능한 것은 아마도 그가 이 서점의 책들을 엄청나게 읽어 문학적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헤밍웨이 덕분에 문지방이 조금은 닳았을 셰익스피어앤컴퍼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귀한 판본 등을 판매하고 책을 빌려주기도 하는 서점이다. 미국의 출판업자인 실비아 비치가 1919년 파리에서 개점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나치가 점거하면서 서점 문을 닫았다가 1951년 재개점했다.


이 서점은 헤밍웨이 외에도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 등 수많은 문인의 사랑을 받았다.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이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음란물로 판매 금지됐을 때도 이곳에서는 유통이 자유로워 구속받기 싫어하는 문인들의 해방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서점 안에는 수많은 책과 함께 잠을 잘 수 있는 침대가 놓여 있다. 미리 연락하면 누구라도 이 침대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다. 파리 시내에서 무료 숙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숙박자는 대신 하루 1권의 책을 읽고 서점 일을 몇 시간 도와줘야 하며 퇴소 전에는 자기소개서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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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서점에 최근 세계 각국의 고객들로부터 온라인 책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서점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금지 등으로 매출이 급감해 폐점 위기를 맞자 홈페이지에 책 주문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 뒤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서적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니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향기로운 곳인가 보다. 머지않아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센 강가에 있는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사고 싶다.

/한기석 논설위원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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