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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딛고 상장사 3분기 순익 81% 껑충…'K자형 양극화'는 더 심화

[상장사 3분기 실적]

■영업익 58% 늘어 36조

영업이익률 7.25%로 크게 개선

위기 적극 대응 완연한 실적 회복

삼성전자 제외땐 순익 20% 감소

대기업 의존 더 커져 한계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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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완연한 실적 회복세를 보였다.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지는 등 대기업 중심의 회복세를 보인 것은 한계로 지적되지만 지난 분기 이후 이어진 실적 개선세가 더 가팔라졌다는 점에서 내년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8일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90개사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상장사들의 올 3·4분기 순이익은 25조6,28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17조2,336억원)보다 4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4분기 순이익이 너무 낮았던 기저효과도 있었지만 전 분기(14조1,349억원)보다 순이익이 급증한 것은 분명 기업들이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기업 중심으로 이익 회복세가 나타난 것은 한계로 꼽힌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올 3·4분기 매출액 규모 상위 50개 기업의 순이익은 19조9,799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78%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0개 기업의 순이익은 12조5,687억원으로 전체의 73%였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실적에서 대기업의 기여도가 더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3·4분기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반도체업황이 좋아진 덕분에 삼성전자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커졌다. 전체 매출액 중 삼성전자는 올해 12.17%를 차지해 지난해 3·4분기(11.48%)보다 더 늘었다.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도 지난해 3·4분기(36.48%)보다 0.04%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포함했을 경우 올해 3·4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51조24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44%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45조409억원으로 20.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들도 ‘K’자 형태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3·4분기 실적도 대기업이 먼저 이익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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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도 36조4,475억원을 기록해 순이익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94% 늘었다. 하지만 매출은 503조647억원으로 지난해 3·4분기(507조7,594억원)보다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소비와 생산이 감소하면서 총수요도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기업들의 수익성은 개선된 셈이다. 실제로 올 3·4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은 7.25%로 전 분기(5.15%)와 지난해 3·4분기(4.68%)를 크게 웃돌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과 올해 코로나19를 거치면서도 기업들이 견뎌낸 덕분”이라며 “국내 증시에는 코로나19에도 버틸 수 있는 기업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전 분기 대비 섬유·의복(276%), 서비스업(104.15%) 등 10개 업종의 순이익이 증가했다. 서비스업 등 언택트 관련 업종의 실적은 예상대로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으며 특히 철강·금속(159.26%), 전기·전자(77.63%), 화학(63.38%), 유통업(31.94%) 등 하반기 들어 중국 등 경제활동 재개가 이뤄지면서 이에 영향을 받은 업종의 실적도 개선됐다.

코스닥 상장사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12월 결산법인 1,088사 가운데 비교 가능한 958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결 기준 올 3·4분기 순이익은 2조2,3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9,398억원)보다 15.22% 늘었다. 영업이익은 3조5,461억원으로 45.52% 증가했고 매출액도 50조6,740억원을 기록해 10%가량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와 달리 매출액과 이익이 동반 개선된 것은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바이오와 정보기술(IT)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IT업종의 순이익은 전 분기보다 89.25% 증가했고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많은 IT 하드웨어업종의 순이익은 858.42% 급증했다.

3·4분기 실적 개선세가 확연해지면서 내년 이후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현실화하면서 경제활동 재개 가능성도 높아져 기업들의 실적 개선은 이제 ‘어느 정도까지인가’의 문제로 다루는 듯한 모습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전망치 회복세는 분명한데 회복 정도가 시장이 환호할 정도일지는 미지수”라며 “앞으로 나올 각국의 재정정책과 이에 따른 전 세계 총수요 증가 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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