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파력발전 효율 기존 2배…"상업화땐 퍼스트 무버"

[선임기자가 간다-美 바이든 시대 '국내 그린뉴딜 현장']

<2>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민수 건설연 수석연구원이 수조 안에 축소해 만든 파력발전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박민수 건설연 수석연구원이 수조 안에 축소해 만든 파력발전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 방파제실험·환경연구

“R&D 소외, 실증 안돼 아쉽지만


결국엔 해상풍력보다 나을 것”

해수담수화 고도화에도 구슬땀



지난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인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청정건강환경실험동.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의 등장으로 그린뉴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파력발전(波力發電) 실험장부터 찾았다. 영국 등 유럽과 우리나라 등에서 해양실험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상업화가 이뤄진 곳이 없는 상황에서 ‘퍼스트무버’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곳에서는 파력발전기를 3분의1 규모로 축소한 모형을 만들어 파고 1m·주기 5초의 바다 환경 수조에서 5분 평균 26%의 발전효율을 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파도 에너지가 100이라고 하면 26만큼을 전기로 바꾸는 것이다. 실험실 단계이기는 하지만 ‘이중 변환장치’와 ‘자동위치조절장치’를 통해 프랑스 등 기존 부유식 진자형 파력발전시스템보다 효율이 2배가량 높아 지난해 초 언론에 대거 소개되기도 했다.



현장에서 수조를 가동해 보인 박민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해안에서 5㎞ 떨어진 바다로 나가 파력발전을 한 뒤 바지선의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담아 가져오고 태풍이 불면 해안가로 발전기를 옮기는 개념”이라며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산업화가 이뤄지면 해상풍력보다 오히려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태양광이나 풍력, 조력(조수간만의 위치 차 이용)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기술력이나 경제성에서 뒤지지만 길게 보면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과 달리 연구팀은 3년(15억원)짜리 정부 연구개발(R&D) 과제가 2018년 말 종료되면서 후속연구와 해양 실증사업을 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었다. 해양수산부 산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나 벤처기업(인진) 등이 바다에서 파력 시험발전에 나서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R&D 기획·집행 기관들의 파력발전에 대한 반응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부가 크게 늘리고 있는 연구자 주도 자유공모 연구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해양 쪽이 들어 있지 않아 제안조차 하지 못했다. 박 박사는 “전남테크노파크와 중부발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후속 R&D 과제가 없고 다른 곳과 데이터 공유도 쉽지 않아 2년 가까이 파력 산업화 연구를 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역삼투 공정용 분리막 제작 장치역삼투 공정용 분리막 제작 장치


전기방사를 이용한 분리막 제조장치전기방사를 이용한 분리막 제조장치


이어 찾은 환경연구동에서는 최준석 박사팀이 바닷물을 마시거나 실생활에 쓰기 위한 해수담수화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 역삼투 공정에 사용되는 분리막보다 적은 에너지로 담수를 얻을 수 있는 신개념의 중압식 역삼투 공정 전용 분리막을 개발하고 이를 담수화 설비에 쓰기 위해 처음으로 8인치 규모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역삼투 공정은 분리막에 바닷물을 고압으로 밀어줘 공극 사이로 물 분자만 통과시켜 담수를 얻는 방식으로 기존 증발법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다. 연구팀은 역삼투 공정에서 발생하는 농축수에서 하루 약 400톤 규모의 담수를 생산하는 대규모 막증류 실증 플랜트도 만들었다.

우윤철 수석연구원은 “내년에 8인치 규모 실증플랜트를 제주도에서 가동하며 하반기에 창업도 추진할 것”이라며 “현재는 미국 GE가 해수담수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산업화를 통해 중동 등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밖에 건설연은 그린뉴딜 차원에서 작업단축 공정, 모듈 방식 주택과 의료시설, 건축물 온실가스와 에너지 저감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신휴성 미래융합연구본부장이 지반열진공체임버 앞에서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신휴성 미래융합연구본부장이 지반열진공체임버 앞에서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190℃~150℃ ‘진공상태 달’ 구현…NASA서도 관심

☞ 미래융합

‘3D프린팅’ 99㎡ 주택 짓기도




건설기술연구원 미래융합관의 모의극한지형실험실. 이곳에서는 월면토(月面土)가 내장된 상태에서 영하 190도~영상 150도의 진공상태를 세계 최초로 구현한 ‘지반열진공체임버’가 먼저 눈에 띄었다. 달 표면의 환경을 모사(摹寫)해 달 지반 조사를 위한 드릴링, 현지 토양을 활용한 건설재료, 3D 프린팅 시공, 로버(로봇) 주행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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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휴성 미래융합연구본부장은 “달은 진공에 가깝고 일교차가 크며 표층이 미세먼지가 많은 아주 작은 알갱이로 구성돼 있다”며 “현무암 등을 갈아 직접 월면토를 만들어 10톤을 2m 깊이로 쌓아 고진공 환경(10-4 mbar)과 낮(150도)과 밤(-190도)의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반열진공체임버로 미리 시험할 수 있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장비나 공법을 시험하고 싶다’고 요청한다”고 전했다.

지반열진공챔버지반열진공챔버


미래융합관에서는 무게 4.5톤에 초당 40㎝ 속도로 작업할 수 있는 건설용 3D프린팅 장비도 볼 수 있었다. 주기범 건설3D프린팅연구단장은 “3D프린팅 기술로 99㎡(30여평) 규모의 단층 주택을 짓는 데 이틀이면 충분하다”며 “다만 아직은 옆에서 받는 압력 면에서 기존 구조물보다 취약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조실험동구조실험동


이어 찾은 구조실험동에서는 50m급 실물 크기 교량의 성능실험과 200만회 이상의 피로반복실험이 가능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김성태 수석연구원팀은 최첨단 소재인 광섬유 센서를 사용해 교량·건축물에 사용되는 광섬유 센서 내장 PC 강연선을 인장성능, 장기 성능 검증 실험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했다. 일론 머스크가 시도하는 하이퍼루프 기술도 지난 9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은 김병석 박사가 개발한 슈퍼 콘크리트(UHPC·초고성능 콘크리트)를 활용해 실험하고 있다. 김성태 박사는 “중소기업 개발 제품의 성능검증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이윤규 박사가 식당 등에서 침방울 차단을 위해서 70㎝ 이상 차단막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이윤규 박사가 식당 등에서 침방울 차단을 위해서 70㎝ 이상 차단막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식당 차단막 70cm 이상 돼야 침방울 차단”

☞ 실내공기품질연구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실내공기품질연구단(IAQ융합연구단)이 있는 건설기술연구원 청정건강환경실험동. 이곳에서는 실내 미세먼지와 유해물질 저감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건물 내 전파 실태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 중 식당·카페·술집 등 다중시설에서 침방울(비말)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칸막이를 어느 정도까지 설치해야 효과적인지 알아보는 실험이 눈에 띄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달 ‘세계공학한림원평의회(CAETS)’ 심포지엄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생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상점·식당·종교시설 등의 환기 시스템과 효과적인 마스크 개발, 차단막 설치 등을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윤규 실내공기품질연구단장은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다중시설에서 항바이러스 기능을 갖춘 환기설비 개발과 필터 적용을 고민해야 한다”며 “실험결과, 식당 등에서 비말을 막기 위한 차단막은 70㎝ 이상 돼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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