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삼성생명 종합감사 결과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는 가운데 징계 수위를 둘러싼 금감원과 삼성생명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금감원이 종합검사 기간에도 삼성생명과 갈등을 빚어온 요양병원 암 보험금 지급 실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데다 중징계를 사전예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징계 수위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최근 관련 소송에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로 금감원의 중징계 명분이 사라졌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26일 제재심을 열고 삼성생명 징계안을 심의·결정한다. 핵심 안건으로는 요양병원 암 보험금 부지급이 꼽힌다. 앞서 지난 2018년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암 보험 가입자와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 간의 분쟁이 촉발됐다. 암 환자들은 요양병원 입원 후 항암치료를 받는 것도 ‘암의 직접 치료’라고 주장했지만 생보사는 이를 직접 치료로 볼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또 다른 주요 안건은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건으로, 삼성생명은 전산시스템 개발 용역을 맡은 삼성SDS가 기한을 넘길 시 배상금을 받기로 했는데 이를 받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금감원은 이 같은 안건을 두고 사전예고처럼 중징계 칼을 뽑아들 태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중징계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삼성생명이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9월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의 공동대표인 이모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보험금 청구 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입장에서도 대법원의 판결과 상반되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제재심 징계 조치는 26일에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이 암 보험과 관련해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개선해온 것도 제재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은 최근 1년간 암 입원비 지급의 판단 주체를 암 주치의에서 요양병원 의사까지 확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병원 환자 분류 기준상 선택입원군을 제외한 모든 암 환자는 항암 치료기간 중 요양병원 암 입원비를 지급했다. 또 선택입원군에 속하더라도 암 주치의나 요양병원 의사가 일정 등급 이상으로 평가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기준을 바꿨다.
정치권에서도 암 보험 분쟁과 관련해 금감원 책임론을 언급한 터라 고강도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의 일관성 없는 보험금 지급 권고가 삼성생명 암 보험금 분쟁을 극단으로 치닫게 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금감원은 2017년까지 암 보험 분쟁과 관련해 보험금 부지급 원칙을 유지했다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 이후인 2018년부터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경구치료제 복용 환자를 포함한 항암·방사선 치료 환자에 대해 요양병원 입원비 전액 지급 방침을 권고하기 시작하는 등 입장을 바꿨다. 반발이 심해지자 지난해에는 경구치료제 복용을 제외한 항암·방사선 치료기간에 한정해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도록 기준을 바꿔 시장의 혼선을 부추겼다.
대법원 판결에도 금감원이 대응 논리를 보강하며 결국 중징계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윤 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암 보험 분쟁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 판결이 (종합감사 결과 제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암 보험금 분쟁은 각각의 사례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암 보험금 부지급 건의 경우 제재 대상과 범위가 개별마다 모두 다르다”라며 “한 건에 대한 내용을 담은 대법원 판결을 전체 분쟁과 엮어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