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가

'창투사가 대주주면 등록 불가'... 현실 동떨어진 법에 P2P 한숨

대주주 유형에 벤처투자조합 없어

창투사 투자 많은 스타트업 피해

제도권 진입 전 지분조정부터 해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의 모습. /연합뉴스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사를 기준으로 한 금융회사의 대주주 요건 때문에 개인간거래(P2P) 업체가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권 진입에 앞서 당장 대주주의 지분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에 부딪히면서다. 혁신금융의 취지를 살리면서 현실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 및 당국에 따르면 일부 P2P 업체들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의 등록을 앞두고 창업투자회사 등 벤처투자조합의 지분을 낮추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발단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과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대주주 요건에서 비롯됐다. 현행법상 금융회사의 대주주는 금융기관, 내·외국 법인, 내국인,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일부 P2P 업체에 대주주 유형에 명시되지 않은 벤처투자조합이 주주로 참여하면서 불거졌다. 금융당국은 벤처투자조합에서 10% 이상 지분 투자가 이뤄진 업체에 현행법을 근거로 심사가 어렵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스타트업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법 규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상 스타트업의 주요 투자자는 창업투자회사·신기술금융사업자 등이다. 이들은 벤처투자조합·개인투자조합 등 조합의 형태로 투자해 지분을 가진다. 현행법이 기존 금융회사를 겨냥해 만들어진 탓에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조합의 지분을 업무집행조합원(GP)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으로 지침을 세우면서 업계의 부담은 더 커졌다. 금융당국은 참여하는 투자자가 조합마다 달라도 GP가 동일하면 한 지분으로 취급해 계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벤처투자조합의 지분이 10%를 넘을 가능성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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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수한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창업 초기부터 창투사 투자를 많이 받은 회사일수록 정작 온투법 등록에 불리한 구조”라며 “대형 금융회사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는 문제 되지 않았겠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앞으로 계속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다른 핀테크 분야에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등 다른 업권에도 벤처투자조합에 대한 대주주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투자업의 인가를 받으려면 자본시장법에 정하는 대주주 요건에 부합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벤처투자조합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국정감사에서 관련 문제가 나와 금융당국에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투자조합의 성격상 가입과 탈퇴가 자유로워 대주주로서 법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대주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투자조합의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부터 조정해 지분을 10%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법을 개정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 벤처투자조합의 의결권을 제거하는 식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업체에 알리고 있다”며 “벤처투자조합에 대한 규정을 만드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본다”고 전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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