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사흘 연속 연고점을 찍으며 연중 최고치를 돌파한 후 마감한 코스피가 이번 주 2,600포인트의 고지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는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300명대로 급증하고 미국·유럽 등에서도 재봉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미국 증시와 마찬가지로 ‘숨 고르기’ 국면에 돌입하리라는 관측이 높다.
2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증시는 현존하는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과 백신 개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공존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73%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0.77% 하락, 나스닥은 0.22% 상승했다.
미국 시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상황과 재정 부양책 관련 논란 등 부정적 영향에 주시했다.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21일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8만 7,00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하고, 하루 사망자가 2,000명을 넘어서는 등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평가다. 캘리포니아주가 야간 통행 금지령을 발동하는 등 미국 각지의 봉쇄 조치도 갈수록 강화되는 중이다.
여기다 재정 및 통화 부양책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가 연방준비제도의 긴급 대출프로그램 중 일부를 연장하지 않고 연말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시장 안정을 위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즉각 반발했지만 재무부의 기습 발표에 시장의 불안은 커진 상황이다. 신규 부양책과 관련된 정치권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도 미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서는 이르면 연내 접종이 시작될 수 있다는 등 희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또 이번 주부터 미국의 연말 쇼핑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가 시작된다. 소비 촉진과 경기 회복이 이뤄지리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당장 눈앞의 위험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21일(현지시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2.55% 상승한 23.7을 기록했다.
미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증시는 뚜렷한 상승 국면을 맞이한 듯 보인다. 지난주 코스피는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상승해 2.39% 오른 2,553.5포인트로 마감했으며 코스닥 역시 3.7% 상승해 870.18포인트까지 도달했다. 특히 코스피는 연중 최고치를 연달아 경신하며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코스피의 뚜렷한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에 따른 결과다. 외국인은 이달 20일까지 코스피에서만 5조 4,000억원치를 사들여 7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 시대가 도래하면 약달러 기조가 강해지고 얼어붙었던 글로벌 교역량도 회복하리라는 기대감에 신흥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코스피가 단기간 많이 올랐다는 점에서 조정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최근 하루 3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재확산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점도 증시에는 부담이다. 다만 큰 폭의 하락 보다는 ‘숨 고르기’ 정도에 그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표 등을 보면 과열이 맞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과열 이후에도 큰 폭의 조정 등 없이 보합권 내의 등락을 반복하며 숨 고르기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봉쇄조치 강화와 부양책 부재에 따른 우려가 여전하지만 증시의 흐름은 경기회복과 맞닿아 있고 그 방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의심이 낮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2,500~2,600선으로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코스닥에 대해 840~880선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증시 조정기에는 안정적인 투자를 할 것을 조언하며 외국인 수급이 높은 대형주 및 경기민감주, 연말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고배당주 등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서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소재, IT, 산업재, 금융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민감주가 두루 관심을 받는 가운데 오름세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비금속·건설·화학 등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며 “11월 이후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비중을 늘리는 반도체·2차전지·스마트폰 가치 체인 등도 조정시 비중을 확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