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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3,000만명분 확보 매듭 단계"...백신 접종 차질 우려

<K방역 자랑하더니 '백신 후진국' 되나>

화이자 백신 아직 협상 중 내년까지 확보 미지수

콜드체인·예산 준비 미흡..."물량 놓칠라" 전전긍긍

신중함도 좋지만 더딘 진행에 국민들 불안감만 커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3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이날 “오는 12월 초 코로나19 백신 종류와 확보 물량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연합뉴스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23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이날 “오는 12월 초 코로나19 백신 종류와 확보 물량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도입과 관련한 확보 상황을 점검한 것은 최근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연이어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성과를 발표한 가운데 우리 정부의 백신 확보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이어진 탓이다. 정부는 “다국적 기업 및 글로벌 주요 백신 개발사와 구매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왔지만 협상 이후 구매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실제 국민들이 백신을 접종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코로나19 상황도 장기화하고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다국적 협의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 개별 기업 간 협상을 통해 2,0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 중 1,000만명분에 해당하는 백신은 이미 계약금액을 납부했고 현재는 백신 선택 대상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2,000만명분에 대한 계획은 회사에 따라 협상 속도에 차이가 있지만 이미 구매조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곳도 있다. 정 총리는 “필요한 만큼의 백신을 제때 확보한다는 정부의 목표는 명확하다”며 “해외 백신 개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백신 개발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까지 고려해 추가 확보 방안을 검토한 후 백신 접종계획까지 치밀하게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물론 백신을 무조건 빠르게 접종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백신은 개발보다 부작용 확인 등 검증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한번 결정하면 전 국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확보해 계약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그간 정부의 입장이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18일(현지시간)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백신 가격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처럼 긴급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서둘러 주문할 이유가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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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신중함 때문에 자칫 먼저 개발된 백신을 확보하는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백신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글로벌 기업은 화이자다. 최종 연구 결과 화이자의 백신 예방률은 95%로 미국·영국 등은 모두 다음달부터 화이자의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화이자가 내년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힌 물량은 13억5,000만회분으로 이 중 90%는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계약금을 납부한 기업 중 화이자가 포함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화이자·모더나 등과도 백신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완전한 구매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금 줄을 서도 내년 안에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로 냉동보관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콜드체인(저온유통) 시스템을 준비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확보한 예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화이자·모더나 등 개발이 가장 앞서 있는 곳의 가격은 최소 4달러~최대 37달러로 질병청이 발표한 백신 구매 선급금 예산으로는 가격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 실제 정부의 선급금 예산은 1,700억원으로 이 중 850억원은 코백스 퍼실리티에 납부해 현재 850억원이 남아 있다. 그나마 1도즈당 4달러 수준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2,000만명분 구매할 때 약 891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국내 기업의 백신 자체 개발과 생산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지지부진하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개발사 중 가장 진척을 보이는 곳은 제넥신으로 후보물질 ‘GX-19’의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연내 임상 2상에 진입해 내년 9월에는 판매허가를 받겠다는 목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생산을 정부가 허가한 만큼 일정 정도의 물량을 국내에 먼저 확보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의 개발 속도가 화이자·모더나에 비해서는 늦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이주원기자 wise@sedaily.com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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