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공수처는 장기집권 수단...견제·균형의 민주주의 권력구조 파괴" [청론직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與 연동형비례제까지 동원해 공수처 강행 시도...출범 차단을

검찰 인사권, 총장에...장관 '수사지휘권'은 견제 장치 둬야

경찰 영장청구 제한하고 수사종결권은 검찰에 남겨둘 필요

징벌적손배 언론에 도입,헌·민법 위배되고 '언론자유' 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파국으로 치닫다가 일단 다시 회의를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거부권을 없애기 위해 공수처법 개정을 밀어붙일 태세다. 이달 말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한 뒤 다음 달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공수처법 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권력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을 시도하고 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공수처는 헌법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권력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킨다”며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뿐 아니라 공수처 출범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서울캠퍼스에 있는 그의 연구실을 찾아 공수처 설치 문제와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수처는 헌법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권력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킨다”며 공수처 출범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형주기자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수처는 헌법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민주주의의 권력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킨다”며 공수처 출범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형주기자



-총 7명으로 구성되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게 돼 있으므로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를 추천할 수 없다. 하지만 여당이 공수처장 추천에 대한 야당의 거부권을 없애는 방향으로 공수처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여권은 공수처를 반드시 통과시켜야만 정권을 유지하고 장기 집권을 노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공수처는 수사이첩 요구권을 통해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인 권력 비리 사건을 가져가 덮어버릴 수도 있다. 여권이 지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인 것도 사실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것이었다. 정의당 등 진보 성향의 정당을 키워서 공수처장 추천에 지장이 없게 하려는 것이었다. 깔때기처럼 모든 게 공수처로 귀결된다. 여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교묘하다.

-공수처가 이대로 출범한다면 어떤 파장을 가져오는가.

△가장 먼저 5,000~6,000명가량 되는 판사·검사가 공수처의 타깃이 될 수 있다. 판사나 검사가 제대로 판결이나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자가 장성, 고위공무원, 국회의원, 청와대 참모 등을 포함해 1만명이 안 된다고 하지만 공수처가 중요 사건, 특히 정치 사건을 가져가 다룰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는 검찰보다도 통제받지 않으므로 민주주의 원칙인 권력분립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공수처는 남베트남이 망할 때 북베트남이 보낸 테러리스트와 같은 부정적 역할을 할 우려도 있다. 북베트남에서 내려간 몇천 명의 테러리스트들이 남베트남의 언론인·교수·정치가·행정가 등과 그 가족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테러를 시도하자 이들이 나라를 떠나면서 남베트남이 무너진 측면도 있다.

-여권이 왜 공수처에 집착한다고 생각하나.

△헌법재판소에 제기되는 검찰 관련 소송의 대부분은 검사의 불기소나 기소유예처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또 검찰 내부적으로 제기되는 수사검사에 대한 소원수리나 감찰 요구 등의 문제도 많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모두 공수처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면 공수처는 이 사건들을 마음대로 골라서 거의 모든 검사에 대해 창피를 주고 기소할 수 있게 된다. 아마 공수처 발족 6개월 내에 검사들 중 100~200명이 그만둘 수도 있다. 게다가 공수처 조직의 절반가량은 정권이 선호하는 특정 변호사단체 출신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변호사가 공수처 검사가 되면 그들의 몸값은 몇 배로 뛸 수 있다.

-추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해 대면 감찰을 하겠다고 나섰다.

△여권이 윤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윤 총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아지겠지만 그럴수록 야당은 죽게 돼 있다. 또 법무부가 윤 총장을 물러나게는 못하더라도 총장 직무배제를 시킬 수 있다. 그러면 윤 총장은 당할 수밖에 없고 내년 1월쯤 추가 검찰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면 식물총장이 될 수 있다. 국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를 막지 못하면 검찰 내분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성윤 지검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이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 ‘원전 감사 때 직권남용했다’며 고발한 사건을 공공수사부에 배당했다.

△검찰에 제출된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된 감사원 보고서는 공소장으로 이름만 바꿔도 기소가 가능해질 정도로 정밀하게 작성됐다. 여권이 이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최 원장과 윤 총장부터 불러들이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추 장관이 검찰에 대해 수사지휘·감찰·인사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검찰총장은 법적인 직제로는 법무부 장관의 명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그것은 행정적인 명령이지 수사는 독립해서 하도록 돼 있다. 직제상 상하관계지만 실질적으로 대등한 관계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 행사를 가능한 피해야 하는데 조그마한 꼬투리를 잡아서 해왔다. 그것도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련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정부 핵심 요직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구 남용되고 있다. 인사는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데 추 장관은 검찰총장을 배제한 채 자신의 사람들을 전진 배치하기 위해 편파적으로 했다는 게 전반적 평가다. 감찰권도 직무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하지만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은 정상적 직무 수행을 방해하고 간섭하는 것으로 정상적 직무감찰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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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헌법상의 권력분립 차원에서 검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국가기관의 전체적인 조화가 깨질 수 있고 검찰이 정권에 예속되면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 적정한 수준에서 상호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되 다른 권력기관들에 비해 중립·독립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줘야 한다. 일반 행정조직은 통상 재정권과 인사권으로 구성되지만 검찰은 예산을 많이 쓰는 곳이 아니어서 법무부에서 재정권을 행사해도 큰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인사권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고 청와대와 협의해 검찰 인사를 단행해왔는데 이 전통이 이번에 완전히 깨졌다.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주는 게 맞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가 잘못됐을 때 이의를 제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 수사지휘권 행사는 법무부 장관이 할 수 있도록 유지하되 위원회나 협의체 등의 자문이나 의견을 구하는 견제장치들을 갖춰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되 국민의 기본권이 약화하지 않도록 영장청구와 수사종결권에 대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경찰이 신청하는 영장은 검찰에서 절반 정도로 걸러졌는데 경찰에 모두 맡길 경우 통제되기가 어렵다.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넘기더라도 굉장히 제한적으로 줘야 한다. 수사종결권이 경찰에 넘어갈 경우 종결 처리가 잘 되지 않아 언제든지 다시 꺼내 수사를 할 수 있게 되면 국민 기본권에 막대한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 수사종결권은 숫자가 적은 검찰에 남겨두고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통제하게 할 필요가 있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위헌 소지가 높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가 중소기업 등을 보호하기 위해 하도급법 등 극히 일부 법률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상법에 규정해 언론을 포함한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 5배의 배상을 물리도록 하는 것은 분명히 위헌이다. 우선 헌법상의 평등권 위배다. 둘째, 잘못한 것만큼만 금전을 배상하도록 하는 민법에도 어긋난다. 셋째, 헌법상의 언론 자유 침해다. 넷째, 해외에도 유사 사례가 전혀 없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법안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것이다.

-영미권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많이 도입돼 있다는데.

△영미식은 명예훼손을 형벌이 아니라 민사로 대체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거짓말을 통한 명예훼손뿐 아니라 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공익을 위한 때는 제외)의 경우에도 형사 처벌뿐 아니라 일반 손해배상까지 가능하게 돼 있다. 강한 형벌에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물리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반(反)헌법적인 제도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국가가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지나치게 정권 재창출에만 매달리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대란과 과도한 세금, 재정적자, 청년실업 문제 등 경제 부문에서 굉장히 혼란을 일으켰고 아비규환을 초래했다. 독일 유학 시절 현장에서 진보적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를 지켜봤었다. 그렇게 정권을 떠받쳤던 노동자들이 베를린광장에 나와 슈뢰더 정부를 무너뜨리겠다고 하는데도 연금·노동 개혁을 단행했다. 슈뢰더 당시 총리는 그 후 정권을 잃었지만 20년 동안 독일을 부강하게 한 원천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 정부도 이처럼 대담하고 영속적인 국가 운영 철학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1969년 충북 청원군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만하임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이후 방송위원회 연구위원, 단국대 법학과 교수·미디어센터장을 거쳐 현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언론중재위원,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민주헌법연구회 회장과 한국정보미디어법학회 회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20년 철우언론법상을 수상했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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