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기업 행정조사 1건 받느라 한 달 이상 허비하다니

정부 기관들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행정조사가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1건당 조사 기간이 한 달 이상 걸리는 게 예사이고 동일 사안을 두 기관 이상이 중복으로 들여다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행정조사란 행정기관이 정책 결정과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민간 기업 등에서 현장 조사나 문서 열람을 하거나 자료 제출 및 출석·진술 요구를 하는 활동 등을 뜻한다.


전경련이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의 행정조사에 대한 실태를 점검해보니 최근 5년 동안 받은 행정조사 1회당 평균 1개월 이상 소요됐다는 응답이 62.1%에 달했다. 석 달 이상 걸렸다는 응답도 5.9%였다. 같은 사안에 대해 두 곳의 정부 기관으로부터 중복 조사를 받은 기업도 7.2%였다. 정부가 2017년 12월 ‘행정조사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조사 방식을 개선하고 조사 항목을 정비한다고 했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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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기 조사나 직권조사 명분으로 연간 약 600건의 투망식 행정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전방위 자료 제출을 요구해 검찰 압수 수색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환경부 등은 무리한 현장 조사와 자료 요청으로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을 받고 있다. 전경련의 실태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가장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 금지(38.4%)’를 꼽았다.

행정조사를 하는 정부 기관 입장에서는 한 건의 조사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행정조사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은 신뢰도 하락과 매출 타격을 겪을 수 있다. 불필요한 행정조사는 행정력 낭비와 기업 부담만 늘릴 뿐이다. 정부는 말로만 행정 혁신을 외치지 말고 정기적으로 행정조사 실태를 점검해 자의적 조사·자료 임의 제출 등의 잘못된 관행·제도부터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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