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취임 이후 한일 재계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한일 기업인들은 수출규제와 불매운동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양국 경제부터 교류의 물꼬를 터 정상회담 개최와 같은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자는 데 뜻을 모았다.
2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과 도쿄 미나토구 오쿠라호텔에서 동시에 열린 ‘제52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는 “한일 양국은 가장 소중한 이웃 국가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이어왔다”며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는 중요한 무역 상대국으로, 양국 기업인들은 민간 교류의 확대 발전을 위해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중의원 의원)은 한일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대화 채널은 필요하다”며 “일본 정부가 스가 정권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지금과는 다른 협력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분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권을 대표해 참석한 이들은 모두 친한파 인사여서 자민당과 스가 총리를 얼마나 움직일지는 미지수지만,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먼저 수출규제를 통해 한국을 압박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온도 차이가 있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 참가자들도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교류를 재개하자고 언급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안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됐다.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현재 3,000개가 넘는 기업이 양국의 가치 사슬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수소 등 신(新)에너지 시장에서의 양국 협력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일 양국이 참여하는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인 RCEP를 지난 11월 15일 8년의 여정 끝에 체결했다”며 “역내 국가들에서 긴밀한 협력 모색이 가능해진 만큼 기존의 분업적 협력 관계를 제3국으로도 확대 발전해나가자”고 강조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겸 삼양홀딩스 회장도 “저출산과 고령화 등 해결해야 하는 공통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일본의 새 정부 탄생과 도쿄 올림픽 개최, 세계적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관계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단에 선 정구현 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 박순찬 현대자동차 연료전지사업실장 등도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언급했다. 정 전 소장은 “코로나19가 보호주의와 미중 갈등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가치 사슬인 동아시아 지역 생산분업(EAVC)은 규모나 경쟁력 면에서 다른 지역 가치 사슬로 대체되기 어렵기에 양국 관계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한일경제인회의는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화상 연결로 진행됐다. 양국 경제인들은 ‘지속가능한개발목표(SDGs)’ 달성을 목표로 경제·인재·문화 교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 공동 성명은 ‘2020 SDGs 신시대’ 출범을 선언하고 △코로나19 속 SDGs 달성을 목표로 양국 경협을 강화하고 △RCEP 체결을 환영하고 제3국 한일 협업을 추진하며 △양국 간 공통 과제를 해결하고 도쿄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상호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아울러 정경분리에 입각한 민간 교류를 강화할 것, 원활한 비즈니스 교류 재개를 위한 정책 실시도 양국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 측 참석 기업인(98명)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류두형 한화솔루션 사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홍석현 한일비전포럼 대표 등이다. 일본 측(109명)에서는 도무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회장, 하시모토 가즈시 도레이 고문, 우에다 가쓰히로 오가키정공 사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