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프랑스 경찰, 잇따른 과잉진압 논란…그래도 '경찰보호법' 통과?

흑인 남성, 경찰에 근거 없이 12분동안 폭행 당해

앞서 난민 텐트 철거 과정서 취재진 때리기도

프랑스 상원 '경찰보호법' 다음달 심의 앞두고

"경찰의 불법 행위 감시 못하게 돼" 우려 나와

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자신의 작업실에서 경찰관 3명에게 12분 간 이유 없이 구타당한 것으로 알려진 음악 프로듀서 미셸(왼쪽)이 26일 경찰 감시관실(IGPN)에 조사를 받으러 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해당 경찰관들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AFP연합뉴스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자신의 작업실에서 경찰관 3명에게 12분 간 이유 없이 구타당한 것으로 알려진 음악 프로듀서 미셸(왼쪽)이 26일 경찰 감시관실(IGPN)에 조사를 받으러 가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해당 경찰관들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AFP연합뉴스



프랑스 경찰의 과잉 진압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난민들에게 제공된 텐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흑인 남성을 근거 없이 12분간 구타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경찰의 신원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을 유포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의 심의를 앞둔 가운데 프랑스 당국이 난처한 처지가 됐다.

흑인 남성 "경찰에 근거 없이 12분간 맞았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음악프로듀서로 일하는 미셸이 지난 21일 파리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경찰관 3명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 따르면 경찰은 미셸을 따라 작업실로 들어간 뒤 그에게 여러 번 주먹을 날렸고, 경찰봉을 휘둘렀다. 그 결과 미셸은 얼굴과 입술, 팔뚝, 다리 등을 크게 다쳤다.


구타는 12분간 이어졌다. 미셸의 변호인은 이같이 밝히며 “작업실 안에 있던 다른 9명도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이 자신들의 모습이 촬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폭행을 멈췄다며 “동영상이 없었으면 (미셸은)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 역시 “왜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진실이 밝혀져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폭행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경찰 측은 미셸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약 냄새를 강하게 풍겼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다만 논란이 거세지자 연루 경찰들은 조사가 끝나기 전 먼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로 “경찰 감사관실(IGPN)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면서 “최대한 빨리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난민 텐트 철거 때는 취재진에게도 폭행 휘둘러
프랑스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은 최근에도 불거졌었다. 지난 23일 프랑스의 난민지원단체 유토피아56이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난민들에게 제공할 텐트 500개를 설치하자 경찰은 당국의 허가가 없는 불법 점거라며 텐트를 치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강하게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텐트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텐트를 거칠게 끌고, 들어 올려 던지기까지 했다. AP통신은 저항하는 난민들을 발로 걷어차거나 봉으로 때리고 경찰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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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난민을 위해 텐트를 설치하려는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AP연합뉴스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난민을 위해 텐트를 설치하려는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다./AP연합뉴스


실제로 경찰의 과잉 진압 현장이 촬영되기도 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경찰이 누군가를 마구 짓밟고 있었고, 이를 말리려 하는 사람마저도 옆에 있던 다른 경찰이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심지어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현장을 취재하던 한 기자는 경찰에게 세 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프랑스의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영상을 확인한 후 경찰에 즉각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경찰 보호' 법안 통과 앞두고 난처해진 프랑스
이런 상황에서도 프랑스 의회는 경찰의 신원이 확인되는 사진을 유포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 보안’ 법안의 제정을 논의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경찰관의 신원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 또는 영상을 악의적으로 온라인에 유포한 경우 징역 1년, 벌금 4만5,000유로(약 5,900만원)에 처할 수 있다. 입법 취지는 경찰관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경찰의 불법 행위를 감시할 수단이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악의적 의도’라는 단서 조항도 모호해 집권당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24일 프랑스 하원에서 찬성 338표, 반대 104표, 기권 66표로 통과됐으며, 다음 달 상원에서 심의를 받는다. 경찰의 폭력 진압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자 상원 역시 법안 통과에 상당히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일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2차 세계때전 자유프랑스군(FFL) 초창기 멤버 겸 레지스탕스 대원이었던 다니엘 코르디에를 기리기 위해 앵발리드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2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20일 100세를 일기로 타계한 2차 세계때전 자유프랑스군(FFL) 초창기 멤버 겸 레지스탕스 대원이었던 다니엘 코르디에를 기리기 위해 앵발리드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이미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법안 통과에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P통신은 흑인 남성을 향한 경찰의 근거 없는 구타 사건이 프랑스 정부가 해당 법안을 밀어붙이는 와중에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르몽드도 이 법안을 “마크롱의 새 권위주의 흐름의 표시”라고 평가한 바 있다. 로즐린 바슐로 문화부 장관은 이 법안에 대해 “합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이 법안이 그대로 제정되면 세계 최초로 보편적 인권 개념을 선포한 국가 중 한 곳인 프랑스가, 민주주의 국가 명단에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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