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찰의 과잉 진압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난민들에게 제공된 텐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흑인 남성을 근거 없이 12분간 구타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경찰의 신원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을 유포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의 심의를 앞둔 가운데 프랑스 당국이 난처한 처지가 됐다.
흑인 남성 "경찰에 근거 없이 12분간 맞았다" |
구타는 12분간 이어졌다. 미셸의 변호인은 이같이 밝히며 “작업실 안에 있던 다른 9명도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이 자신들의 모습이 촬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폭행을 멈췄다며 “동영상이 없었으면 (미셸은) 감옥에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 역시 “왜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진실이 밝혀져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폭행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경찰 측은 미셸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약 냄새를 강하게 풍겼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다만 논란이 거세지자 연루 경찰들은 조사가 끝나기 전 먼저 정직 처분을 받았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트위터로 “경찰 감사관실(IGPN)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라면서 “최대한 빨리 징계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난민 텐트 철거 때는 취재진에게도 폭행 휘둘러 |
실제로 경찰의 과잉 진압 현장이 촬영되기도 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경찰이 누군가를 마구 짓밟고 있었고, 이를 말리려 하는 사람마저도 옆에 있던 다른 경찰이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심지어 경찰은 최루탄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현장을 취재하던 한 기자는 경찰에게 세 차례 폭행을 당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프랑스의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은 영상을 확인한 후 경찰에 즉각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경찰 보호' 법안 통과 앞두고 난처해진 프랑스 |
해당 법안은 지난 24일 프랑스 하원에서 찬성 338표, 반대 104표, 기권 66표로 통과됐으며, 다음 달 상원에서 심의를 받는다. 경찰의 폭력 진압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자 상원 역시 법안 통과에 상당히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법안 통과에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P통신은 흑인 남성을 향한 경찰의 근거 없는 구타 사건이 프랑스 정부가 해당 법안을 밀어붙이는 와중에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앞서 르몽드도 이 법안을 “마크롱의 새 권위주의 흐름의 표시”라고 평가한 바 있다. 로즐린 바슐로 문화부 장관은 이 법안에 대해 “합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이 법안이 그대로 제정되면 세계 최초로 보편적 인권 개념을 선포한 국가 중 한 곳인 프랑스가, 민주주의 국가 명단에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