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만들고 보자' 마이너스통장 역대 최대… 실제 사용은 38% 불과

5대은행서 하루 6,700건 개설

실제 소진율은 38%에 불과

대출규제 앞두고 '막차'수요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 적용에 앞서 신용대출 축소에 나서고 있다./사진=서울경제DB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확대 적용에 앞서 신용대출 축소에 나서고 있다./사진=서울경제DB



고소득자를 겨냥한 ‘영끌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마이너스통장 신규 발급 건수가 역대 최대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규제 발표 전과 견주면 열흘 만에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저금리 기조에 주택·주식시장 상승까지 겹치면서 규제 시행 전에 미리 통장을 열어두려는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하루 동안 신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 건수는 지난 23일 기준 총 6,681건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13일 신용대출 규제를 발표하기 전날인 12일(1,931건)에 비하면 약 열흘 만에 3.5배나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집계할 수 있는 은행 내부 통계로 보면 최근 하루에 설정되는 마이너스통장 수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마이너스 통장 신규 개설이 급증한 데 비해 실제 돈을 꺼내 쓴 비율은 높지 않았다. 4개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소진율(한도 대비 대출액 비중)은 26일 기준 평균 38%였다. 은행별로는 32.6~43.5% 수준에 머물러 대부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새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은 역대 최대로 늘었지만 실제로 이 통장에서 돈을 빌려 쓴 규모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당장 급하게 대출을 쓸 용도가 아니어도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즉시 자금을 융통해야 하는 수요자들은 금리가 더 낮은 신용대출을 선호한다”며 “앞으로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통장을 개설해두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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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막차 수요’가 몰린 것은 오는 30일부터 신용대출까지 포함한 추가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에 따라 오는 30일부터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가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규제지역 내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만 개인 단위 40% DSR 규제를 받았다. 이 규제가 개인별로 적용되면 주담대가 없거나, 규제 대상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아니어도 이미 고액의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고소득자는 추가 신용대출을 받는 데 제약이 생긴다. 또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14일 안에 신용대출을 갚아야 한다.

제도 시행 이전에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었다가 이후에 이를 단순히 연장하거나 금리·만기 조건만 변경해 재약정하는 사람이라면 규제 대상이 아니다. 또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일단 규제가 시행되면 실제 사용한 금액이 아니라 약정한 금액이 신용대출 총액으로 계산된다. 이 때문에 시행일인 이달 30일 이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이너스통장 소진율이 너무 낮으면 기한 연장 때 한도가 깎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령 KB국민은행은 올 7월 말부터 약정금액이 2,000만원을 넘는 신규 또는 기한연장 마이너스 통장에 대해 소진율에 따라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너스 통장 신규 약정 또는 기한 연장일로부터 만기일 3개월 전까지의 평균 대출한도 소진율이 10% 이하면 기한을 연장할 때 약정 한도의 20%를 축소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은행 입장에서는 설정된 마이너스 통장 한도만큼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갱신 과정에서 고객과 협의해 한도를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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