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건강 기능 식품 시장이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며 5조 원대 돌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식품 업계의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최대 식품 업체인 CJ제일제당은 이를 위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벤처와 손을 잡는 한편 관련 조직도 확대 개편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바이오 벤처 HEM과 최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HEM은 장내 미생물과 대사체 연구 서비스 및 공정에 대한 분석 등과 관련해 지난 10월 품질 경영 시스템(ISO) 인증을 취득하는 등 장내 미생물 분야 연구의 선도 기업으로 꼽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HEM의 장내 미생물 분석 기술과 CJ제일제당의 균주 개발 기술의 노하우가 만나 개인 맞춤형 유산균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건강 기능 식품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고 최근 건강사업부라는 독립 조직도 구축했다.
국내 건강 기능 식품 시장 규모는 올해 전년 대비 10% 늘어난 5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에서 가장 ‘핫’한 분야는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이다. 맞춤형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한 규제가 올해 4월 처음으로 완화돼 새로운 시장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대량 생산된 건강기능식품 중 하나를 소비자가 기호에 맞춰 제품을 구매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시대에는 소비자가 건강 상태 등을 분석한 후 보다 개인에 적합하고 세분화 된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진다. 아직 일부 기업들이 시범사업 정도로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발을 내민 정도지만 CJ제일제당은 여러 기업과 MOU를 체결하며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일찌감치 이끌고 있다.
식품사업본부에 있던 건강기능식품 조직을 건강사업부로 독립·격상한 CJ제일제당은 지난 11월 유전자진단업체 이원다이에그노믹스(EDGC)와 가장 먼저 MOU를 체결하며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용 프로바이오틱스개발 등을 연구하는 HEM과도 손을 잡으며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확대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까지 개인 맞춤형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며 향후 다양한 기업들과도 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여서 시장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에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질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개인 맞춤형 제품을 개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이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가정간편식(HMR) 못지않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도 2017년 1,900억원에서 2019년 2,300억원으로 급등하는 등 매년 성장하고 있다.
식품업계뿐 아니라 제약업계 등에서도 맞춤형 건강식품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풀무원건강생활의 경우 규제특례를 받아 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쌓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7월 국내 최초 개인 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매장 ‘퍼팩’을 선보였다. ‘퍼팩’에서는 풀무원건강생활 소속 전문 영양사가 설문조사를 통해 보충이 필요한 영양소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퍼팩은 알고리즘의 지속적인 개선과 시범사업 과정 중에 나타난 문제를 개선하여 맞춤 상담 전문성을 높이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건강증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