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靑 '판사차관' 尹징계위 투입한 날…검찰, 원전 구속영장 청구

법무부, 징계위 참석할 판사출신 차관 투입

대전지검은 산업부 공무원 영장 청구

징계위 하루 앞두고 秋·尹 갈등 지속될 듯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신임 법무부 차관에 진보 성향 법조인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이용구(56) 변호사를 내정했다. 전임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개최 움직임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법무부 차관은 검사징계위원회 당연직 위원이다. 법무부의 징계위가 4일로 예정된 만큼 징계위 구성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윤 총장 징계 절차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윤 총장 측은 이에 대응해 3일 오전 징계위 개최일을 재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친여 진보 성향의 법조인 모임인 이 전 법무부 법무실장이 2일 법무부 차관으로 전격 내정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 개최를 사실상 못 박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징계위 개최와 그 이후 절차에 대해 법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면서 진행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도 이날 업무 복귀 첫 수사 지휘로 대전지검에서 수사 중인 월성 1호기 원전 수사를 선택하며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전지검은 이날 저녁 월성 1호기 원전과 관련한 내부 자료를 대량 삭제하는 데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문재인 정부의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직접 겨냥한 수사를 통해 직무 정지에서 복귀한 뒤 첫 일성인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명분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이틀 앞둔 2일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이 각각 정부과천청사와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이틀 앞둔 2일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이 각각 정부과천청사와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신임 차관을 법무부에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한 이번 인사는 징계위 개최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넘어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법무부 차관에 판사 출신이 임명된 것은 지난 1960년 김영환 차관이 임명된 이래 60년 만이다. 청와대에서 판사 출신 차관이라는 히든카드를 꺼내 든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판사 출신 법무차관 현실화…검사 출신은 고사한 듯
고기영 전 차관이 사의를 표명한 직후 법조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검사가 아닌 인물을 차관으로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현재로서는 전·현직 검사 중 차관으로 앉힐 사람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추 장관의 징계가 위법·부당하다는 성명에 동참하지 않은 검사장급 이상 검사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주요 수사를 진행하는 이 중앙지검장은 자리를 비우기가 어려운 만큼 김 지검장과 이 지검장 중 한 명으로 낙점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사실상 재직 중인 검사 전체가 추 장관의 징계에 항의해 집단행동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물론이고 퇴직한 검사장급 인사들도 차관직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봤다.

실세 차관 등판…검찰 개혁까지 밀어붙이나




이 신임 차관은 징계위를 위한 ‘원포인트’ 인사를 넘어 향후 검찰 개혁을 이끌어갈 실세 차관으로 발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신임 차관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인물로 꼽힌다. 판사 출신으로는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돼 2년 8개월간 근무했다. 이 신임 차관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8월 대법관 제청에 관한 의견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리고 소장 판사들이 서명 연판장을 돌리는 ‘4차 사법 파동’을 주도한 인사다. 진보 성향 법조인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법률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 신임 차관은 징계위에 위원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법무부 차관은 징계위의 당연직 위원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는 징계 청구를 한 추 장관 대신 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청와대는 이 신임 차관에게 위원장은 맡기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신임 차관이 곧바로 위원장을 맡을 경우 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징계위원에 촉각…윤석열 적극 기피 방침
징계위 개최가 기정사실이 되면서 윤 총장 측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이다. 윤 총장은 기피 카드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징계 혐의자는 특정 위원에게 징계 결정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징계위원은 이 신임 차관 외에 검사 2명과 변호사·교수·저명인사 각 1명으로 구성된다. 검사 징계위원으로는 ‘추미애 라인’ 검사로 꼽히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부장 등이 거론된다. 법무부는 윤 총장 측이 청구한 징계위원 명단 정보공개에 대해 이날 거부 의사를 밝혔다.

추 장관 측은 나머지 징계위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윤 총장 측은 ‘판사 문건’ 제보 의혹을 받고 있는 심 국장이 징계위원이 될 경우 곧바로 기피 신청을 한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다.

미뤄진 원전 수사 구속영장…윤 복귀하자 전격 청구
한편 이날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과 감사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A(53)씨 등 산업부 국·과장급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씨 등은 감사원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지난해 11월께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윤 총장은 전날 대검 복귀 후 이날까지 원전 수사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영장청구 시점을 대전지검에 일임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검은 영장청구를 더는 늦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전격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총장은 직무정지 직전까지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통화하며 사건을 직접 챙겨온 바 있다. 윤 총장 복귀를 계기로 원전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권형·손구민·윤홍우기자 buzz@sedaily.com

윤홍우·조권형·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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