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한국사의 최전선, 파란만장한 '부산'

[책꽂이-부산의 탄생]

■유승훈 지음, 생각의힘 펴냄




부산 하면 흔히 ‘국내 제2의 도시’, 혹은 야구, 영화의 도시 정도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수도권 중심 체제에 익숙하다 보니 부산의 역사와 그 위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부산의 탄생’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부산의 역사를 오랫동안 기록해온 민속학자인 저자 유승훈은 “한국사의 최전선이 부산에서 형성되던 시절이 있었다”며 “좋든 싫든 최전선에서 부산이 활약했던 시대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책은 역사의 뜨거운 순간을 지내 온 부산과 ‘부산 사람’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책은 현대, 근대, 조선시대 역순으로 부산의 정치경제, 문화, 생활사를 톺아본다. 당시 모습을 담은 풍부한 사진과 그림 등 시각자료가 풍성함을 더한다. 초반부는 6·25 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풍경이 장식한다. 피란민들의 정착기부터 고된 일상을 벗어나려는 ‘춤바람’이 모인 댄스홀의 유행, 부산 밀면의 유래까지 다양한 생활사를 볼 수 있다.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도 부산은 위상을 발휘했다. 저자는 산업화 당시 부산의 모습을 전하는 한편, 70년대 부마항쟁과 80년대 미문화원 방화사건, 6월 항쟁 등의 열기가 김영삼과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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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 저자는 당시 부산이 해외 문물을 받아들이는 관문이자 근대 조선의 축소판 같은 곳이었다고 정리한다. 부관연락선에서 내려 첫발을 딛는 곳이 부산이었고, 일본인과 서양인들도 부산을 통해 조선을 인식했다. 일제강점기엔 일본과 가깝다는 이유로 대거 들어온 일본인들 틈에서 설움을 견디는 생활사도 책에서는 조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왜구의 침략을 막아내는 ‘뜨거운 가마솥’이었던 조선시대의 부산이 그려진다. 이 때 세워진 ‘초량왜관’의 존재를 통해 저자는 조선과 일본이 긴장 속에서도 친선관계를 유지하려 모색했음을 읽어낸다. 2만원.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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