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당국의 승인을 앞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트럼프 백신’이라고 부르면서 백신 개발의 공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이 연말까지 4,000만 회분의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것을 “엄청난 성과”라고 말하면서 그 업적을 트럼프 대통령의 산업계에서의 배경으로 돌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사업가를 대통령으로 뒀다. 그것은 트럼프 백신”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 발언을 두고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할 백신을 당국이 허가하라는 백악관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27만 명이 사망하고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을 넘는 등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백신의 신속한 개발과 보급을 위한 ‘워프 스피드 작전’을 통해 일부 제약사에 거액을 지원해왔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우리는 데이터가 허락하는 한 백신이 가능한 한 빨리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세계 최초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백신 개발의 공을 스스럼없이 자신에게 돌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영국에 선두를 빼앗긴 셈이 된 것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는 지난달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긴급사용 신청서를 냈지만, FDA는 오는 10일 외부 자문단 회의를 열어 승인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영국의 승인 이후 미 행정부 관리들의 동요가 커졌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FDA가 백신 승인을 지체하고 있다고 판단해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리들이 FDA가 미국 백신 승인 기준을 바꾸는 것으로 여기며 스티브 한 국장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대선 직후인 지난달 9일 화이자가 90% 예방 효과가 있다며 백신 개발 성과를 알리자 정치적인 목적으로 대선 이후에 발표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에 대한 최대한의 자랑거리를 얻으려 퇴임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이들에게 접종을 원하는 게 그가 흥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는 내년 1월까지 가능한 한 많은 백신을 내놓길 원한다”며 “그는 백신에 대한 어떤 공도 바이든에게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의 백신 승인 이후 여느 때와 달리 침묵을 지켰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스티브 한 FDA 국장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였다.
전날 메도스 실장은 FDA가 백신 승인을 게을리했는지 따지려 한 국장을 백악관에 호출했다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한 바 있다. CNN은 “예정에 없던 이날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리들이 백신 승인 지연에 대해 한 국장을 점점 더 못마땅해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보도했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우리는 기록적인 시간 내에 백신으로 미국인 생명을 구하려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FDA 한 국장은 성명을 내고 “우리 직업 과학자들은 이 중요한 결정에 대해 올바른 판정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워프 스피드 작전의 최고 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는 이날 ABC에 출연, “FDA가 (영국 정부와)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는 10일 또는 11일까지 화이자 백신이 승인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