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달라진 삼성…준법·윤리경영 새 초석 놓다

■ 준법감시위 출범 10개월

51년 무노조 원칙 깨고 노사 교섭 시작

계열사 간 내부 거래 상시 심사 등

전향적 변화로 이재용의 '뉴 삼성' 가속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삼성 준법감시위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경제DB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서초구 삼성생명 사옥에서 삼성 준법감시위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서울경제DB



#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0월 27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에 “고인에게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새로운 노사 관계를 발전시키겠다 말씀드리려 왔다”고 말했다. 앞서 문 위원장은 5월 삼성그룹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올바른 노사 관계에 대한 강의를 펼친 바 있다.

# 지난달 3일 삼성전자 노사는 51년간의 ‘무노조 경영’ 원칙을 깨고 단체협약을 위한 첫 교섭을 시작했다. 첫 만남에서 교섭 위원 활동 시간 보장과 단체교섭 준비를 위한 임시 사무실 제공을 약속한 사측을 두고 노조 관계자는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최근 출범 10개월을 맞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의 성과에 대해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2건의 사례에서 보듯 ‘삼성의 변화’가 예상보다 더 깊고 넓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한시적 조직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던 일각의 예측을 깨버리고 준법위가 삼성의 기업 경영 전반에 항구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힘을 지녔다는 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0815A13 삼성준법위활동내역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회사 임직원에 대한 준법 감시와 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 준법위가 올해 2월 공식 출범한 뒤 10개월이 지났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둔 준법위는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던 점에 대해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를 주문했다. 또 노동조합·시민사회와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과거를 언급하며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준법위의 권고 이후 5월 6일 대국민 선언을 통해 “4세 승계는 없다” “무노조 경영 원칙을 폐기한다”며 변화를 다짐했다. 또 이 부회장은 10월 네덜란드 출장을 떠나기 직전에 삼성 준법위 위원들을 찾아가 “삼성을 바꾸는 것을 직접 챙기겠다. 과거로 돌아가는 일은 없다”며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 준법위는 이 부회장은 물론 삼성 경영 일선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그룹 계열사와 머리를 맞대며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고 있다. 삼성 준법위는 홈페이지에 그룹 내부의 위법행위 의혹을 제보받을 수 있는 통로를 구축하는 한편 계열사 간 내부 거래도 상시 심사받도록 했다. 삼성 역시 노동 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을 약속하며 ‘노사관계 자문그룹’ 설립, 국내외 임직원 대상 노동 관련 준법 교육 의무화 등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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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노동과 시민사회를 대하는 삼성의 변화가 더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 준법위의 한 관계자는 “준법 경영과 윤리 경영이 기업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준법위 위원들과 삼성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한 10개월이었다”며 “계열사 CEO뿐 아니라 임직원들 스스로가 준법 경영의 파수꾼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만드는 ‘뉴 삼성’은 기업 지배 구조에 대한 근원적 고민에서 출발한다”며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승계나 노조 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다른 기업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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