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與 '공수처장 합의 추천' 약속 깨고 폭주...파국열차 타나

[당청, 공수처 입법 강행 수순]

與 '원내대표 합의' 무시하고

'법 개정' 의결하다 제지 당해

"안건조정위 조율 후에 처리"

9일 본회의서 강행 기정 사실화

野 "모든 수단 동원해 투쟁"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최승재(가운데) 의원의 구호에 맞춰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최승재(가운데) 의원의 구호에 맞춰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을 위한 법안소위 의결을 시도하면서 여야 간의 갈등이 불거졌다. 특히 여당 소속의 정무위 법안소위 의원들은 여야 원내대표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양당 원내대표가 밀도 있게 협의하기로 했다”고 합의한 뒤에도 소위에서 단독 의결을 시도했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이날 “공수처가 출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야당은 원내를 넘어 전국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은 양당 원내대표가 밀도 있게 협의하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 법사위가 20분 만에 이 합의를 깨면서 공수처를 둔 여야의 합의 테이블은 사실상 파기됐다.


오전 11시 40분께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공수처와 관련해서는 (원내대표 간) 법사위 소위에서 (이날)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정오께 법사위에서 민주당이 5·18특별법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공수처법 의결을 추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쟁점 법안을 다시 한 번 조율하는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구하면서 공수처법 의결은 무산됐다. 이날 오전 합의에 나섰던 주 원내대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법사위 회의장으로 찾아와 “이 마당에 협상이 뭐가 있느냐. 협상 내용도 못 지키지 않느냐”며 사실상 협상을 파기했다고 성토했다.

공수처법을 두고 여야는 정면충돌로 가는 모습이다. 여당은 야당의 반발에도 안건조정위원회를 거쳐 공수처법을 개정해 정기국회 마지막인 9일 본회의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공수처법은 안건조정위 후에 처리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바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안건조정위(6명)는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심의 안건이 처리된다. 비교섭단체인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의원을 포함하면 범여권 조정위원이 4명이라 8일 안건 조정을 끝내고 9일 본회의로 법안을 부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공수처법 강행은 여당 내에서도 “밀리면 ‘레임덕(정권 말 권력 누수 현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 영향을 받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더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둔 검찰 수사의 칼날이 청와대 정책실까지 향하고 있고 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당에서는 절대다수의 의석을 차지하고도 개혁 입법을 처리하지 못해 곤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날 광주 지역 의원 8명은 이날 “광주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며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 앞에서 민주당은 왜 검찰 개혁을 주저하느냐”는 긴급 성명도 냈다.



더욱이 이날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국정원·검찰·경찰 등 권력기관의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면서 공수처 국면에서 여당의 퇴로는 사라진 상황이다. 9일 본회의에서 야당의 처장 후보 거부(비토)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지지층의 반발은 더 커질 수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제가 책임지고 권력기관 개혁을 입법화 하겠다”고 9일 개혁 입법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합법의 범위 내에서 모든 투쟁 수단을 동원해 공수처법 개정을 막겠다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만드는 절차, 법의 부당성을 최대한 국민들에게 알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써서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의총 직후 “문 대통령이 (공수처 출범 주문 등) 개전 신호를 내리면서 전쟁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법사위 앞 농성, 9일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농성에 이어 본회의에서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공수처법 저지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당내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 이후 자제해 왔던 장외투쟁 카드도 꺼낼 분위기다. 원내 투쟁이 공수처법 처리를 막을 수 없어서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상 재적의원 5분의 3(300석 중 180석) 이상이 찬성하면 중지된다. 열린민주당과 정의당·무소속 의원들을 합치면 180석을 넘어선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화 세력이라는 여당이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국민들이 단합해서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 여당의 법안 단독 처리를 막지 못해도 국민들에게 공수처법의 부당성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공수처 검사 지위와 검경 고위 공직자 수사의 공수처 강제 이첩 조항 등이 위헌이라는 점을 들어 헌법소원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경우·김혜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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