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무단 사용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고충 민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 국장은 이 지검장의 하소연을 계기로 특활비 감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했고 추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쓴다”며 공개적으로 성토했다.
9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 지검장은 심 국장에게 “윤 총장으로부터 특활비를 받지 못해 주요 수사 진행이 어렵다”는 취지로 고충을 토로했다. 심 국장은 이후 법무부에 가서 “특활비는 그럼 어디로 가는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계기로 윤 총장을 둘러싼 특활비 이슈가 쟁점화됐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통상 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게 주요 현안을 보고하는 주례 회동 자리에서 특활비 배정도 어느 정도 결정된다”며 “하지만 검찰총장·중앙지검장 간 주례 회동이 사실상 전면 폐지된 데 따라 이 지검장이 심 국장에게 특활비를 배정받지 못했다는 점을 이야기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주례 회동은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따른 양측 사이의 갈등이 커지면서 지난 7월 1일부터 중단됐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특활비를 내려보내야 하는데 안 주고 있어 중앙지검 일선 검사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고충을 겪고 있다’고 표현한 주체는 이 지검장이었던 셈이다. 추 장관은 국회에서 이런 발언을 한 다음 날인 지난달 6일 대검찰청 감찰부에 ‘윤 총장의 특활비 지급 내역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대검을 방문해 특활비 내역을 직접 확인했으나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추 장관의 문제 제기로 쓰나미급 여파가 예상됐던 윤 총장 특활비 사용 문제가 사실상 ‘찻잔 속 태풍’에 그친 셈이었다.
심 국장은 앞서 2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도 윤 총장의 특활비 문제를 파헤치기 위해 반부패부 검사들에게 지시한 적 있다. 하지만 반부패부 검사들은 일선 검찰청 특별 수사를 총괄하는 부서 업무와 맞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이 지검장이 특활비와 관련한 고충을 털어놓으면서 심 국장이 특활비 문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검장은 앞서 ‘채널A 사건’ 수사팀에 한동훈 검사장과 윤 총장 간 통신 기록을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에게 넘기라고 지시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본지는 중앙지검 측에 입장을 요청했으나 “법무부 특활비 감찰 사안에 대해서 이 지검장이 직접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알려왔다. 또 심 국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