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고소당하고 세상을 떠난 지 5개월 만에 서울시의 관련 대책이 나왔다.
여성단체와 학계,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 9명과 내부위원 6명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김은실 공동위원장(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은 10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 제도 ▲ 조직문화 ▲ 예방교육 3개 분야로 구성됐다.
이 중 조직문화 개선 방안에는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업무의 공적업무 분야를 명확히 하기 위해 ‘비서분야 업무지침’을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했다. 또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마찬가지로 희망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성평등한 인력 배치와 업무 분장을 하도록 했다. 아울러 성차별·성희롱 인식 실태조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벌이고, 조직문화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 진단·컨설팅을 통해 위계적이고 온정주의적인 조직문화를 지속해서 개선하도록 했다.
제도 측면에서는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이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그동안 서울시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는 상담-신고-조사-징계까지 4개 부서(여성권익담당관·인권담당관·조사담당관·인사과)가 나눠 맡았던 탓에 최종 조치까지 길게는 1년가량 걸리고 피해자가 여러 기구를 마주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앞으로는 창구를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일원화해 신고부터 징계까지 모두 처리하고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때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또 사건이 발생하면 여성권익담당관과 조사담당관이 협의체를 구성해 조사한 뒤 ‘서울시 성희롱·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에서 성희롱 여부를 결정하면 감사위원회는 재조사 없이 징계를 요구하고 인사위원회는 다른 안건보다 우선 처리해 징계 결정까지 3∼4개월 이내 처리한다. 관련 분야 경력을 지닌 권익조사관을 별도로 채용하고 고충심의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과반수 참여하도록 해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 절차로 조사·처리하도록 했다.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서울시가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면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하는 식이다. 또 자치단체장 관련 사건 신고가 접수되면 직무배제 요건과 절차가 법적으로 마련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 건의하기로 했다.
사건 처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 사례와 징계 등 처리 결과를 반기별로 공개하고, 공개 시 가해자와 피해자가 식별되지 않도록 가공해 2차 피해를 막도록 했다. 또 ‘공무원 징계규칙’ 등에 2차 가해자 징계 규정을 명확히 하고 2차 피해 처리 절차를 성희롱·성폭력 사건 절차와 똑같이 운영하도록 했다.
대책위는 지난 8월 7일 구성된 뒤 4개월간 총 18회 회의에서 서울시의 제도와 조직문화 등을 점검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이번 대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현장점검 개선 요청사항과 5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의 제안도 대책에 반영했다. 서울시는 대책위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향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직권조사를 마치고 권고하는 내용도 추가로 반영하기로 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