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10월 관악산·안양천과 북한산·우이천에서 불어오는 공기를 도심으로 보내는 바람길숲을 내년까지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46만여그루의 수목을 심어 서울 외곽의 숲에서 생성되는 바람을 서울 도심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었다. 밤사이 생성되는 맑은 공기가 서울 도심에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이동통로를 만들어 미세먼지를 줄이고 열섬 현상도 완화하겠다는 바람길숲 조성안에는 독일 기상청이 개발한 기후예측 모델이 활용됐다. 바람길숲 조성 이후 서울의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은 시가 개발한 서울형 정밀지도인 ‘스마트서울맵(S-MAP)’이 담당했다. 일조권, 바람길, 유동인구, 에너지 사용량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도시지도인 S-MAP의 활용성과 정밀도가 빛을 발했다.
시는 지난 2013년부터 국토교통부 데이터와 자체 데이터를 결합해 디지털 도시지도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서비스 운영에 비용이 많이 들고 콘텐츠 품질이 떨어져 시민들의 이용이 저조했다. 이에 지난 2018년 8월 네이버와 손잡고 네이버 지도정보와 서울시 행정정보를 결합한 S-MAP 개발에 대대적으로 착수했다.
2년여에 걸친 개발 끝에 지난 7월 공개된 S-MAP은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 분야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도시지도 개발에 들어가는 예산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게 대표적 성과 중 하나다. 여기에 시 자체 행정정보까지 연계해 전 세계 어느 도시도 선보이지 못한 디지털 도시지도가 탄생했다.
정인성 시 스마트도시정책관실 주무관은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등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디지털 도시지도를 구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며 “네이버의 인공지능 데이터 처리기술을 S-MAP에 접목해 서울 전역 항공사진 2만5,000장을 처리하는 시간을 30일로 단축하고 건축물과 시설물 약 60만동을 실제 모습과 동일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달 S-MAP에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단행하고 시내 주요 장소의 3차원(3D) 실내지도를 제공하는 2.0버전을 선보였다. 시청과 시립미술관, 지하철역 등 396개 공공건축물을 실제로 방문하는 것과 같은 ‘1인칭 도보모드’를 제공한다. 남산·청계천·서울숲·광화문·서울로7017 등 주요 관광명소 35곳은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까지 감상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관광명소의 운영이 중단되거나 단축되자 S-MAP에서 아쉬움을 달래려는 서울시민들의 발길도 2배 이상 늘었다.
S-MAP은 행정업무를 간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첨병으로도 자리하고 있다. 이미 시 도시개발위원회는 S-MAP을 활용해 사전에 도시개발 모형을 심의하고 도시재생사업에도 활용 중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공공시설과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화재감지기 등 사물인터넷(IoT)을 S-MAP에 접목해 화재와 폭우 등 긴급재난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감시체계를 구축했다.
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S-MAP을 오는 202년까지 개편해 시민의 생활 편의성 개선과 안전사고 예방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차량 진입이 어려운 동네골목길과 계단도로를 디지털 지도로 만들어 민간기업 지도와 차별화에 나선다. 또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어린이보호구역과 유모차·휠체어 등 보행약자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생활밀착형 디지털 도시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원목 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오는 2022년 S-MAP 고도화 작업이 완료되면 서울 전역의 터널·수목·교통시설·지하공간까지 3차원 지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각종 도시개발 계획에서도 시민들이 미리 참여할 수 있어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편의성과 행정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