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바이든의 공화당 사보타주 대처법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평범한 미국인 도울 정책 즉각 발표

민주당, 조지아 상원 확보 실패 때

발생할 피해 유권자에 적극 설명

트럼프 정권 범죄 낱낱이 파헤치고

국정운영 방해 대가 치르도록 해야

폴 크루그먼폴 크루그먼



조 바이든은 취임 직후부터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일 수천 명의 미국인이 죽어가겠지만 그가 마주치게 될 최대 도전은 이것이 아니다. 바이든은 그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반대 세력의 견제와 훼방 속에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근대 미국 정치사의 첫 대통령이 될 것이다. 지난 4년간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가 무능하고 위험하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대통령으로서 그의 법적 정통성마저 부인하지는 않았다.


터무니없는 음모론을 확대 재생산 중인 도널드 트럼프는 끝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고 그를 지지하는 수천만 명의 지지자들은 그의 말을 믿거나 최소한 믿는다고 말할 것이다.

공화당 연방 의원들 가운데 트럼프 뺨치는 음모론자들이 더러 있지만 대다수는 트럼프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설사 직접투표에서 바이든이 압승을 거뒀다 해도 그들은 부정선거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해가며 바이든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트럼프의 패배가 정당한 것이었다고 시인할 경우 그의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오늘날의 공화당은 민주당이 아무리 많은 득표를 했더라도 ‘트럼프 요인’과 완전히 구분되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결코 통치권(rights to govern)을 가질 수 없다고 믿는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공화당이 주 의회를 장악한 주의 민주당 주지사에게 어떤 일을 벌였는지 직접 목격했다. 해당 주의 주 의원들은 주지사의 권한을 박탈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이 바이든의 발목을 잡아채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우리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공화당이 얼마나 많은 해를 끼칠 것인지, 바이든이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단 두 가지뿐이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내년 1월 5일 조지아주에서 치러질 상원 결선투표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민주당이 조지아주에 배정된 상원 의석 두 석을 모두 차지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하게 되면 바이든은 효과적으로 자신의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그 반대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 미치 매코널(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은 바이든의 국정 운영을 방해할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거머쥐게 된다. 매코널이 바이든 행정부의 발목을 잡기 위해 그에게 주어진 힘을 최대한 사용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와 다른 견해를 지닌 사람들은 환상의 세계에 거주하는 주민들일 것이다.


공화당의 방해 공작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경제정책 측면에서 볼 때 근접한 미래는 백신 이전과 이후, 보다 정확히는 광범위한 백신 보급의 전·후기로 분류될 것이다. 앞으로 한 두 달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기승을 부릴 터이고 수천만 명의 미국인들은 연방 정부가 도움을 제공하지 않는 한 절박한 재정난에 처하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공화당은 이처럼 절실한 도움을 차단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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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에 관한 희소식이라면 미국인들이 그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난의 책임을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 때문에 공화당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재난 지원금 중 일부를 지급하는 데 동의할지 모른다.

백신 이후의 경제는 어떻게 될까. 여기에도 희소식이 있다. 백신의 광범위한 공급에 맞춰 경제는 공화당의 협력 여부에 상관없이 자연스레 회복되고 국가 전체가 상당한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은 공화당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담하기 힘들다. 공화당이 핵심 경제 요직 지명자들에 대한 인준을 거부하거나 이임하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금융위기가 현실화할 경우를 가상해 차기 정권의 대응력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직적인 막판 방해 공작을 전개할 수도 있다. 공화당이 조지아주 연방 상원 결선투표에서 모두 승리해 상원을 지배한다면 미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회 기반 시설 확충과 기후변화에서 세금 집행과 관련한 조치들은 물거품이 돼버린다.

그러면 바이든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그는 평범한 미국인들을 돕기 위한 정책 조치들을 즉각 발표하는 한편 민주당이 조지아 결선투표에서 두 석의 연방 상원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피해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만일 민주당이 두 석의 상원 의석 확보에 실패한다면 바이든은 행정명령을 통해 공화당의 차단벽을 우회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지명을 받아 대법원에 진출한 법관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보수 색이 강화된 연방 최고법원이 바이든의 행정명령에 연이어 제동을 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든은 국민 통합과 협치만 외칠 것이 아니라 그의 국정 운영 방해와 관련해 공화당이 정치적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처럼 정적에게 보복을 가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법무부가 트럼프 시대에 저질러진 범죄를 찾아내 사법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이든은 지난 1948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공화당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구축한 해리 트루먼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다. 트루먼 시절에 비해 지금의 공화당이 한층 더 부패했고 덜 애국적이라는 점 때문에 바이든은 트루먼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올해 대선에서 바이든이 확고한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공화당은 의회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선전했다. 이는 미국의 유권자들이 부패한 공화당의 민낯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이든은 유권자들에게 바로 이 점을 주지시키고 앞으로 공화당이 벌일 방해 공작에 대한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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