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오염돼 돌아온 '금단의 땅'...정화비용 한미 간 뇌관되나

SOFA 2차 개정 되레 '발목'

韓, 1,100억 우선 부담키로

양국, 오염관리기준 등 협의

반환 12개 미군기지./국방부 자료 캡처반환 12개 미군기지./국방부 자료 캡처



한미가 11일 서울 용산기지 내 2개 구역을 포함한 12개 주한미군 기지 반환에 합의했지만, 환경오염 책임과 정화 비용 부담 등 진통이 예상된다.

미군에 공여한 부지가 기름에 오염되고 맹독성 발암물질 등이 검출되는 것은 미군 주둔에 따른 것이라는 한국 입장에 대해 미국 측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정화 의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핵심 쟁점은 오염이 얼마나 심각해야 미국이 정화를 책임져야 하는 지다. 정부는 2009년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서(JEAP)에 따른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에 따라 확인된 오염은 미국 측이 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지난 70년간 10만 명당 1명이 암에 걸리는 수준의 오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측은 최근 3~5년 내 발병이 확실한 수준의 오염이 KISE(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미측은 SOFA 제4조에 따라 기지 반환 시 오염 정화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4조는 ‘합중국(미국) 정부는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합중국 군대에서 제공되었을 당시의 상태로 동 시설과 구역을 원상회복 또는 보상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측은 이 규정을 원상회복 의무가 면제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정부는 미측의 정화 의무까지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맞서왔다. 헌법재판소도 2001년 판결에서 SOFA 4조 규정은 “미국의 정화 의무 면제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미측은 기지 오염 정화 비용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가 SOFA 2차 개정 당시 체결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가 오히려 우리 정부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한다. 양해각서에는 ‘(미)합중국 정부는 (중략) 주한 미군에 의해 야기되는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하며’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미측이 인간 건강에 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상 복구 없이 기지를 반환하겠다고 주장하는 근거 또한 이 문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2001년 SOFA 합의의사록에 환경조항을 신설한 이후 한미 간에 기본적인 오염정화 책임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면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미측이 주장하는) KISE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 즉 평가 기준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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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캠프킴의 모습. /연합뉴스서울 용산구 캠프킴의 모습. /연합뉴스


미측은 이런 규정과 논거를 제시하며 현재까지 반환된 미군기지 정화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작년 12월 반환된 원주 캠프 이글과 캠프 롱, 부평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 등 4개 기지의 환경 오염정화 비용(1,100억원 추정)도 정부가 우선 부담하기로 했다. 이번에 반환되는 12개 기지의 오염 정화 비용도 마찬가지다.

정부 관계자는 “오염 정화 책임과 관련해 미측과 협의를 지속하면서 독일의 경우와 같이 우리 국내법에 따라 환경오염에 대한 정화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4개 기지의 반환 이후 비용 분담을 위한 한미 간 협의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독일은 동·서독 통일 이후 SOFA를 개정해 독일법에 따라 환경오염 정화 책임을 지도록 미측과 합의한 바 있다.

한미는 이번 12개 반환 협상에서 앞으로 SOFA 환경분과위원회를 통해 오염관리 기준 개발, 평상시 공동 오염 조사 절차 마련, 환경 사고 때 보고 절차와 공동 조사 절차를 함께 검토해 개선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 성과로 꼽힌다. 정부는 앞으로 부담하게 될 환경 오염 정화 비용을 추후 방위비 분담금에서 상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미측과 협의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오염 정화 비용을 먼저 부담하면서까지 미군 기지를 조속히 반환받으려는 것은 지연될수록 지역사회의 경제·사회적 부담이 커지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반환 기지 대부분이 도심 지역에 있어 땅값이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부지를 지자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비용에 대한 마찰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지 반환이 지연된다면 기지 주변 지역 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어려움이 심화할 것이므로 반환 절차가 신속하게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용산기지 내 스포츠 필드 및 소프트볼 경기장 부지(전체 면적 5만3,418㎡)를 우선 반환받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부지는 공원 조성 용지다. 미군이 사용 중인 대규모 기지인 용산기지에 대해 폐쇄된 이후 반환을 추진한다면 시일이 장기간 소요되어 공원 조성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지웅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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