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가 기업공개(IPO) 첫날 시가총액 100조 원 고지를 돌파했다. 이는 하얏트·메리어트·힐튼 등 기존 호텔 업계 대표 주자들의 시총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큰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진전으로 여행업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첫날인 이날 주당 146달러로 거래를 시작해 144.7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IPO 공모가인 68달러에서 112.8%나 뛰어오른 셈이다. 시초가인 146달러를 기준으로 에어비앤비 시총은 1,016억 달러(약 110조 6,000억 원)를 기록했다. 올해 미국 증시에서 최대 규모의 IPO 실적을 거둔 셈이다.
WSJ는 글로벌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힐튼·하얏트를 모두 합한 수치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에어비앤비가 동시대의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 기업 중에서도 가장 큰 기업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올 상반기만 해도 에어비앤비 상장을 두고 월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수요 격감 탓에 한때 공모 금액이 180억 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올해 에어비앤비 상장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도 제기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발 빠른 대응과 비용 절감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전체 직원의 4분의 1에 가까운 1,900명을 정리 해고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고 거주 지역에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하려는 소비자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데 성공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되살렸다. 이에 더해 최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영국에서 접종을 시작하는 등 백신에 대한 낙관론이 잇따르면서 여행업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에어비앤비 예약률은 올 1·4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1%나 추락했지만 3·4분기에는 28% 감소로 호전됐다. 3·4분기 매출은 13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억 1,900만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 경영자(CEO)는 “이번 위기는 수년간 무차별적인 폭풍이었다고 평가한다”면서 “위기 속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에어비앤비에 대한 월가의 뜨거운 관심은 최근의 IPO 열풍과도 관련이 깊다. 당장 전날 미국의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 도어대시도 상장 첫날 주가가 86%나 급등해 시총이 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WSJ는 금융 정보 업체 딜로직의 집계를 인용해 올해 미 증시에서 IPO로 조달된 자금 규모가 1,400억 달러를 넘어 ‘닷컴 거품’이 있던 1999년의 연간 규모(1,070억 달러)도 이미 넘어섰다고 전했다.
저금리 기조가 IPO 광풍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2022년까지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계획이 채권 금리를 누르면서 월가에서는 투자할 곳이 점차 적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헤리티지캐피털의 폴 샤츠 사장 겸 최고 투자 책임자(CIO)는 제로에 가까운 금리와 유동성 쓰나미, 갈 곳을 찾지 못한 거액의 투자 자금이 에어비앤비와 도어대시에 대한 대규모 매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IPO 광풍’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샤츠 CIO는 상장 첫날의 랠리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 이후 볼 수 없었던 ‘극도의 흥분과 탐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투자자가 가격에 상관없이 새 주식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이 같은 급등세는 보통 비슷한 수준의 손실로 귀결된다고 우려했다.
콜로니그룹의 리치 스타인버그 수석 시장 전략가도 “투자자들은 좋은 회사와 좋은 가격, 가치의 차이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IPO 시장의 광기가 내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심한 데뷔 기간을 피해 주가가 회사의 펀더멘털을 더 잘 반영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