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글로벌 100대 기업 신규진입 10년간 '0'…멈춰선 韓경제"

■대한상의 '우리기업 신진대사 현황'

신규진입 美 9·中 11·日 5곳 늘어

자수성가 기업 韓 57%…美 70%

"신산업 발목잡는 법제도 바꿔야"

국내 기업 중 글로벌 수준으로 부상하는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지 않는 등 우리 경제계에 신진대사가 부진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최근 10년간 글로벌 100대 기업으로 새롭게 진입한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으며 부의 순환을 상징하는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은 미국이나 중국·일본보다 크게 낮았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창업 역시 진입 장벽이 낮은 생계형 창업에만 몰리는 모습이 관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발표한 ‘국제비교로 본 우리 기업의 신진대사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민간 부문의 GDP 성장 기여도가 지난 2011년 3.6%에서 지난해 0.4%까지 급락한 근본 원인은 기업의 신진대사가 부진한 때문으로 파악됐다. 그 근거로 대한상의는 글로벌 100대 기업에 신규 진입한 사례와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 창업 유형 등을 미국이나 중국·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했다.

1415A06 요국 최근 10년간 글로벌 100대 기업 보유현황



우선 글로벌 1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한국 기업은 2020년 기준 삼성전자(005930) 1곳으로 37개 기업을 보유한 미국과 18개 기업을 보유한 중국에 비해 크게 적다. 일본은 글로벌 100대 기업을 8개 보유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새롭게 진입한 글로벌 100대 기업의 수도 미국 9개, 중국 11개, 일본 5개로 단 한 곳도 없었던 한국에 비해 성과가 좋았다.


또한 부의 순환을 의미하는 자수성가 기업인의 비중도 70%에 달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57%에 불과했다. 대한상의가 포브스가 조사한 억만장자 자료(Forbes World’s Billionaire)를 분석한 결과 10억 달러 이상 자산가 중 자수성가 기업인 비중은 한국이 57.1%(28명 중 16명)로 미국(70%), 중국(98%), 영국(87%), 일본(81%) 등 주요국보다 크게 낮았다. 글로벌 평균인 69.7%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대한상의는 “미국이나 중국에서는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회에 올라타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은 반면 국내에서는 기득권 보호 장벽과 신산업 리스크를 원천 봉쇄하는 수준의 법 제도가 기업의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며 “창업을 통한 부의 순환에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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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기술기반 기회형 창업기업 비중 추이. /자료=대한상의<표>기술기반 기회형 창업기업 비중 추이. /자료=대한상의


이번 보고서는 기업 신진대사의 가장 아랫단인 창업 풍토에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체 창업 기업 가운데 기술에 기반한 ‘기회형 창업’의 비중은 올해 상반기 14.4%에 그쳤다. 그러나 기회형 창업을 제외한 나머지 생계형 창업 등 비기회형 창업의 비중은 85.6%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회형 창업 기업 비중은 2016년 상반기 16.5%에서 올해 14.4%로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동안 오르내림이 반복됐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4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대한상의는 “창업의 62.3%, 폐업의 65.8%가 생계형 업종인 부동산과 요식업·도소매업에서 주로 일어나고 있다”며 “레드오션임을 알면서도 진입 장벽이 낮아 쉽게 진입하고 쉽게 망하는 ‘이지 컴 이지 고(easy come easy go)’ 생태계가 형성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4년 작성한 통계에서는 국내 생계형 창업 비중은 63%로 미국(26%) 등 주요국들보다 높은 데 반해 기회형 창업 비중은 21%로 주요국들(미국 54% 등)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회형 창업이 늘고 자수성가 기업인이 많이 나와야 경제·사회 전반의 제도가 속도감 있게 바뀌며 투자와 혁신이 촉진된다”며 “현행 법 제도는 ‘정해진 것만 가능’하기 때문에 ‘없는 것을 창출’해야 하는 신산업·스타트업들의 기회를 원천 제약하는 만큼 낡은 법 제도 전반의 혁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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