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눈] 현대차가 짊어진 짐

박한신 산업부 기자박한신 산업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9,560억 원에 지분 80%를 가져오는 딜이다. 이전 대주주와 기술 이전을 두고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구글과 소프트뱅크 등 세계적인 회사를 거쳤다는 점은 현대차(005380)그룹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번 인수에 사재 2,400억 원을 투입해 그룹 승계를 위해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을 고려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나온 결정인 것은 분명하다. 현대차그룹과 대주주 경영인이 미래를 향해 전력 질주하고 있다는 점이 엿보인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가진 앱티브와 무려 40억 달러 규모의 합작사(모셔널)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차 전환을 현대차그룹 혼자 짊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만난 한 자동차 산업 고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투자하는 것을 보면 숨이 가빠 보인다”고 했다. 기존 내연차의 업그레이드, 제네시스 브랜드의 해외 시장 안착, 전기·수소차 등 전동화, 도심 항공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모든 분야를 홀로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처럼 완성차 기업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고 테슬라나 니오·모빌아이 등처럼 미래차 스타트업이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차를 팔아 번 돈으로 미래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관련기사



하지만 이를 조금이라도 도와줘야 할 정부 정책은 어떤가. 감사위원 분리 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밀어붙여 지난해 ‘3% 룰’의 실제 피해자가 될 뻔한 현대차그룹을 더욱 옭아맬 태세다. 지난해 현대차 주총에서 엘리엇이 중국 웨이차이 측 인사를 사외 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것은 유명한 사례다.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대주주 경영권을 불안하게 해 미래차에 대한 장기 투자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솝우화에는 짐을 가득 실은 노새가 괜찮은 줄 알고 도와주지 않았다가 나중에 더 큰 짐을 떠안은 당나귀의 얘기가 나온다. 글로벌 경쟁에 노출된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정부가 새겨들을 이야기다.


박한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