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메모리 수요 늘며 '슈퍼사이클' 진입...코스피 3,000시대 연다

[애널리스트가 본 2021년 업종 전망] ① 반도체

서버용 디램 교체 수요·가격 반등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상승 국면

글로벌 매출 8% 이상 증가 예상

내후년까지 빅사이클 재연 가능성

'톱픽'엔 삼성·SK하이닉스 엇갈려




한국 주식시장이 내년 ‘코스피 3,000’의 새 장을 열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달러 약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영향으로 글로벌 자금의 줄기가 신흥국 주식으로 방향을 틀며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같은 유동성의 바탕 위에서도 국내 증시는 앞으로 기업 실적이 고점 돌파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한국 증시의 새 시대를 주도할 주요 업종에 대한 예측을 해당 업종의 대표 애널리스트 3인으로부터 들어본다.

한국 증시가 10년 이상 갇혀 있던 ‘박스피(박스권 장세의 코스피)’에서 탈출할 열쇠는 반도체에 있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국내 대표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부터 메모리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김경민·김양재 연구원은 삼성전자(005930)를 최선호주(톱픽)로 꼽았으며 메모리 반도체의 빅사이클에 좀 더 확신을 갖고 있는 최 연구원은 SK하이닉스(000660)를 톱픽으로 꼽았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온다”=14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업황이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마이크론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과점하고 있는 메모리 시장이 호황기로 진입한다는 분석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올해보다 8.4% 증가하고 그중 메모리 매출은 올해보다 13.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반면 공급은 빠듯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우선 5세대(5G) 모바일 보급이 확산하고 디램의 신모델인 ‘DDR5’가 서버와 PC 등에 적용되면서 그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인텔의 새로운 중앙처리장치(CPU)가 내년 출시를 앞두고 있어 서버용 디램의 교체 수요 등이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플레이스테이션5 등 대형 콘솔 게임의 등장도 업황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힘입어 반도체주는 연말에 사상 최고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서만 11% 올라 7만 3,800원, SK하이닉스의 경우 같은 기간 상승률이 20%에 달하며 11만 7,000원을 기록했다.


김경민 연구원은 “서버 디램 가격이 110달러를 바닥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크고 데이터 센터 시장에서 클라우드 및 기업용 반도체 수요가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회복할 것으로 본다”며 “5G 스마트폰 출하량이 올해 2억 2,500만 대에서 내년 최대 5억 5,000만 대로 늘어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공급의 경우 올해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생산 투자가 제한적이었던 탓에 빡빡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최 연구원은 “생각보다 공급은 적고 수요는 많아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메모리 분야의 ‘빅사이클’이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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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냐, SK하이닉스냐=그렇다면 어떤 종목을 우선적으로 담아야 할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두 종목 모두 낙관적으로 본다. 다만 최선호주로는 삼성전자를 꼽는 견해가 조금 더 우세한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비메모리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중 약 70%를 차지해 메모리(약 30%)보다 규모가 큰 곳이다. 특히 비메모리 중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 총 매출이 약 600억 달러 수준인데 오는 2024년 944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메모리 1위의 입지를 가진 삼성전자도 이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약 17%에 그친다.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약 55%)가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주력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는 것이다. 또 관련 업황은 좋지만 TSMC 생산에도 한계가 있어 ‘낙수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있다. 김양재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톱픽’으로 꼽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메모리 업황의 반등과 함께 비메모리 사업에서도 재평가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운드리에서는 삼성전자가 업계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연구원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의 내년 매출은 20조 원으로 올해보다 18% 증가할 것”이라며 “시스템 반도체의 사업 가치를 고려해 삼성전자를 최선호로 꼽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를 최선호 종목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있다. SK하이닉스를 ‘톱픽’으로 꼽은 최 연구원은 “지난 정보기술(IT) 상승 사이클을 보면 TSMC 등 비메모리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가 먼저 상승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과 주가가 강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IT 수요 회복 전반부인 올해는 비메모리의 주가가 우세했지만 내년과 2022년은 사이클의 후반부로 메모리 업체의 주가 상승 폭이 압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업황이 반등하면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SK하이닉스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美 바이든의 대중 정책 방향은 변수=위험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은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로 미국과 중국 간 관계를 꼽았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뒤 미중 관계가 개선돼 중국 업체에 대한 제재를 풀 경우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 김경민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개선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이 반도체 선단 공정 분야에 진입할 가능성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마냥 희망적으로만 보기 힘들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수요 둔화가 지속할 수 있어 당초 예상했던 반도체 호황 시기는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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