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면적을 어떻게 구했을까. 특히 논밭의 경우 지형지물에 따라 측량이 어려워 자칫 잘못 계산하면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 농업국가였던 조선에서 논밭은 세금을 거둬들이는 토대였기 때문이다. 단편적으로는 논밭의 면적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위해 수학이 필요했으며, 더 나아가서는 건축은 물론 복잡한 정책을 펼치는 데도 수학은 기본학문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수학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알 수 있는 강의가 온라인으로 개설되었다.
안나미 성균관대 한문학과 겸임교수가 진행하는 ‘조선의 과학이야기’이다. 총 5강으로 진행되는 이번 강의는 1강 ‘하늘의 이치는 땅에 구현된다(천문학)’ 2강 ‘논밭의 면적을 계산하라(수학)’ 3강 ‘억울한 죽음은 없도록 하라(법의학)’ 4강 ‘정확한 시간을 알려라(물리학)’ 5강 ‘불을 쏘아 나라를 지켜라(화학)’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두번째 강의 ‘논밭의 면적을 구하라(수학)에서 안 교수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자료를 통해 조선시대 수학이 어떻게 사용되었고 또 어떻게 발전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안 교수는 “조선시대 수학이 가장 발전한 시기는 세종이 통치하던 시기였다”면서 “수학이 발전하면 정확한 달력을 만들 수 있어서 농법이 발전하고 이를 통해 백성의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죠. 조선을 부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 세종은 수학 공부를 직접 하기도 했지요”라고 설명했다. 강의에는 조선후기 숙종대에 영의정을 여덟차례 지냈던 최석정(崔錫鼎, 1646~1715)의 수학업적도 소개한다. 그의 저서 ‘구수략(九數略)’은 동양 고전역학을 바탕으로 수학이론을 정리한 수학서다. 오늘날의 4칙 연산을 각각 태양, 태음, 소양, 소음으로 구분했다. 구수략에는 수학의 조합론 디자인을 밝히고 있다. 조합론 디자인이란 순열, 조합과 같이 주어진 대상에서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의 수를 밝히고 숫자에 숨어있는 구조를 밝히는 수학의 한 분야이다. 지난 2008년 연세대 송홍엽 교수의 노력으로 최석정의 업적이 해외 학계에서 공인돼 조합론에 기여한 수학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한편 이번 강좌는 지난 10월 26일 공개된 ‘고인돌2.0’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 교육 사업으로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직접 강의실을 찾아가는 대신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특히 올해 ‘고인돌 2.0’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강의를 기획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중고등학교 교과목과 연계한 프로그램과 일상 속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아울러 인문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려는 성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도 풍성하다. 2020년 ‘고인돌 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사업은 SK이노베이션, 한화생명, 농협생명, 교보생명, DB손해보험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