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 등 인도차이나 4개국은 50년래 최악의 가뭄으로 몸살을 앓았다. 베트남에서는 농경지 33만 ㏊가 메말라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태국과 라오스에서는 수상 양식업이 물고기 떼죽음으로 존폐의 기로에 내몰렸다.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캄보디아 톤레사프 호수의 저장량은 4분의 1로 줄었다. 극심한 고통에 따른 비난의 화살은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건설한 11개의 댐에 물을 가둬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에 피해를 안겼다는 이유에서다.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나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미얀마와 이들 4개국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길이가 4,020㎞로 세계에서 열두 번째로 길며 유수량은 열 번째로 많다. ‘메콩강’이라는 이름은 태국어와 라오스어 명칭인 ‘메남콩’에서 나온 말로 ‘어머니의 강’이라는 뜻이다. 메콩강 하류 일대의 최고(最古) 문명은 1세기 삼각주에 머물렀던 크메르인들이 건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12세기에 번성해 현재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 초대형 힌두교 사원인 앙코르와트를 세웠다.
미국은 2009년 메콩강 범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메콩강 하류 국가들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체(LMI)’를 만들었다. LMI의 의뢰를 받아 미국의 컨설팅 업체 ‘아이즈온어스’는 지난 4월 “지난해 메콩강 중·하류 가뭄은 상류의 중국 댐 때문”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미국은 LMI 협력 수준을 파트너십으로 격상시키고 1억 5,300만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메콩강 수자원 문제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이어 미중 갈등의 새로운 전선으로 떠오른 것이다.
아이즈온어스가 15일부터 미 국무부 지원을 받아 인터넷 사이트인 ‘메콩 댐 모니터’를 운영한다. 위성과 원격 감지 기술을 활용, 11개 중국 댐을 포함한 15개 댐의 관측 정보를 무료로 제공해 중국 측을 자극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중국 정부와의 첫 정면충돌이 메콩강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콩강 인접국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할 상황에 내몰린 셈이다. 미중 패권 전쟁의 전선이 넓어지면서 우리도 회색 지대를 벗어나 가치 동맹 추구를 분명히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오현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