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규제 3법'으로 기업 묶어놓고...110조 투자 끌어내겠다는 정부

[2021년 경제정책방향]

기업엔 유턴지원·5G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 찔끔

공공주도 여전...민간 옥죄며 투자 확대 '어불성설'

코로나 불확실성에 주52시간 확대 등 경영 위축도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 방향 보고회’에 참석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1년 경제정책 방향 보고회’에 참석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에 공공·민자·기업 분야에서 총 110조 원의 투자를 끌어내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정부와 여당이 ‘기업규제 3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추진 등으로 기업을 옥죄어 놓고 투자를 확대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0조 원 중 65조 원은 공공 기관 투자라 ‘재정 주도 성장’ 기조가 여전한데다 민간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할 촉진책은 지난 2년간 혜택을 줘 왔던 가속상각제도의 연장 정도에 그쳐 화끈한 규제 완화가 시급해 보인다.

정부는 17일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공공·민자·기업 투자 프로젝트를 올해 100조 원에서 110조 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기관 투자는 60조 원에서 65조 원으로, 민자 사업 투자는 15조 원에서 17조 원으로, 기업 투자는 25조 원에서 28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가속상각과 유턴기업 지원 대책을 주요 투자 유인책으로 내놓았다. 가속상각은 기업이 설비투자를 했을 때 초기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 부담을 낮춰 주는 제도다. 내년에 대기업은 혁신 성장 투자자산의 내용연수를 50%까지, 중소·중견기업은 사업용 고정자산의 내용연수를 75%까지 단축할 수 있다.


유턴기업 지원에 대한 기준은 완화됐다. 기존에는 해외 사업장을 25% 이상 축소하고 국내에 유턴한 뒤 같은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으나 여기에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수요·공급 기업이 함께 유턴하는 ‘협력형 유턴’은 보조금 비율을 최대 5%포인트 높여 장려한다. 투자·고용 증대 효과와 전략적으로 유치 필요성이 큰 기업의 경우 현행 법령상 최대 수준으로 지원하는 ‘전략형 유턴’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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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기업의 공장 자동화 설비 도입에 대해서는 관세 감면을 한시 확대한다. 감면율은 중소기업의 경우 50%에서 70%로, 중견기업의 경우 30%에서 50%로 늘려준다. 기업의 신규 설비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은행·기업은행 등에서 정책금융 23조 원 이상을 지원한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설 투자는 통합투자세액공제에서 우대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물론 각종 반기업법으로 기업 활력이 최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를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유턴 시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노동시장 경직성(18.7%)’과 ‘높은 인건비(17.6%)’를 꼽았지만 당장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상 사업장까지 적용된다. 국회는 지난 9일 ‘기업규제 3법’을 통과시켰고 더불어민주당은 근로자의 사망·상해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인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을 추진 중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는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에 문을 닫거나 나라를 옮기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는데 정부는 기업 죽이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으니 이를 가는 기업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미 확정된 민자·기업 투자 프로젝트는 13조 5,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민자·기업 투자액 목표는 지난해 경제정책 방향 발표 당시 40조 원에서 45조 3,000억 원으로 높아졌으나 확정된 프로젝트는 15조 원에서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제도 개선과 이해관계 조정 등 적극적인 투자 애로 해소 지원으로 18조 원 규모의 투자를 신규 발굴하겠다”고 밝혔지만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법 제도 전반을 정비해 미래 산업을 선도할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며 “기업 부담 법안이 도입됨에 따라 우리 기업이 겪을 혼란과 애로를 줄일 보완책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투자와 고용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최근 연이은 규제 입법으로 기업 환경이 더욱 악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민간 활력 회복 및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 정책의 전환과 적극적인 규제 개혁에 적극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 재정을 동원한 공공 기관 투자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공공 기관 투자 계획은 2019년 55조 1,000억 원, 올해 60조 원에서 내년 65조 원으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가 계획한 투자 110조 원 중 60%를 재정지출에 의존하는 셈이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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