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소비 3종 세트'로 내수 올인하지만...'코로나 방역'에 성패 달려

[2021년 경제정책방향]

카드 추가 소득공제 신설...100만원 한도로 10% 공제

개소세 30%↓·고효율 가전제품 구매액 20% 환급도

이미 사용한 정책에 코로나 확산 땐 소비 효과 떨어져




정부가 17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은 ‘민간 소비’ 활성화다. 자영업 일자리 및 소득과 직결돼 있는 민간 소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4.4% 감소한 만큼 양극화 완화와 고용 창출 등을 위해서라도 민간 소비 제고가 필수다.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액 추가 소득공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액 환급과 같은 ‘소비 진작 3종 세트’에 각종 소비 쿠폰 발급 등 실현 가능한 내수 부양책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인데 내년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변수로 꼽힌다.

내년 소비 진작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 신설이다. 정부는 올해 대비 5% 이상 증가한 신용카드 사용액을 대상으로 100만 원 공제 한도의 10% 공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소득세율 15%를 적용 받는 총급여 7,000만 원의 직장인이 내년 카드 사용액을 지난해 대비 400만 원 많은 2,400만 원으로 늘릴 경우 현행 규정에서는 9만 원을 추가로 돌려받지만 추가 소득공제 신설로 13만 5,000원을 돌려받게 된다. 소득공제 확대는 부자들이 혜택을 더 누린다는 ‘세제 역진성’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부유층의 씀씀이 확대 없이는 내수 진작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관련 제도를 신설했다.

정부는 또 내년 상반기까지 자동차 구입 시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30%(5%→3.5%) 인하한다. 개소세 감면은 지난 2018년부터 내수 부양을 위해 써온 카드로 연장에 연장을 거쳐 사실상 3년째 유지하게 됐다. 단 기획재정부는 개소세 인하 한도를 100만 원으로 설정해 ‘고가 외제 차량 구매자들이 개소세 인하의 혜택을 누린다’는 비판을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차량 가격이 6,700만 원을 넘어서면 자동차 가격에 상관없이 개소세 인하 혜택이 100만 원으로 같다는 점에서 사실상 현대의 ‘제네시스’급 차량까지만 최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기 요금 복지 할인 대상자를 상대로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 시 구매 금액의 20%를 환급해주는 정책도 추진한다. 5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바탕으로 내년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는 관련 지원책으로 에너지 소비를 낮추는 ‘탄소 중립’에 기여하는 한편 저소득층의 전기료 부담도 일정 부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외에도 구입 시 일정 부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지역사랑상품권 및 온누리상품권 발행 확대에도 나선다. 발행액을 올해 11조 5,000억 원 규모에서 18조 원으로 늘린다. 또 공무원 연가 보상비 일부를 내년 4월 온누리상품권으로 조기 지급해 공무원들의 소비 촉진을 독려한다. 대규모 소비 행사를 상반기 ‘대한민국 동행세일’, 하반기 ‘코리아세일페스타’로 분산 개최해 연중 소비 분위기 확산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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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은 코로나19 확산 여부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8월과 11월 소비 쿠폰 발급을 중단하는 등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이 ‘코로나 방역’에 가로막힌 경험이 수차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이날 내수 진작책으로 내놓은 스포츠 강좌 이용권(월 8만 원), 온라인 예약 시 숙박 할인(2만~3만 원), 외식 할인(2만 원 이상 5회 이용 시 1만 원), 국내 관광 시 휴가비 지원(최대 10만 원) 등의 ‘4+4 쿠폰·바우처’ 정책은 대면 중심이다. 정부는 비대면에서도 이들 쿠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지만 야외 활동 위축이 급격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 올해 상황을 감안하면 큰 효과를 보기 힘들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공제는 1년 뒤 환급 받는 데다 환급액도 미미하다는 점에서 효과가 크지 않아 보이며 개소세 인하와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 시 환급 정책도 이미 올해 다 사용했던 정책이라 내년 효과는 확실히 떨어질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어 정부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내년 민간 소비 성장률 전망치(3.1%) 달성은 올해(-4.4%) 급감한 기저 효과를 고려하더라도 현재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변수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가능한 비대면·온라인으로 소비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는 등 상황에 맞게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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