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영국과 미국 등이 속속 백신 예방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아직 충분한 백신 물량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내년 2∼3월을 목표로 백신을 도입해 안전성을 검증한 뒤 필수 인력부터 순차적으로 접종을 시작해 내년 11월 전에 끝낸다는 큰 틀의 방침만 세워 놓았다.
당초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18일 오전 코로나19 백신 관련 합동 브리핑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백신 구매 추가 계약 성사나 구체적인 접종 일정 등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흘러나왔지만 기존 발표를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지난 8일 첫 발표 당시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 명분, 4개 글로벌 제약사와의 개별 협상을 통해 3,400만명분 등 총 4,4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하겠다면서 이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와는 1,000만 명분(2,000만 회분)을 공급받기로 계약을 이미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브리핑은 추가 계약 예상 시점 등 일부 세부적인 내용이 있긴 했지만 첫 발표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존슨앤존슨-얀센과는 빠르면 다음 주 정도에 계약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며 “화이자(와의) 계약서도 현재 최종 검토하는, 법률 검토를 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모더나와의 계약은 연내는 어려워 결국 내년 초로 넘어갔다. 임 국장은 “내년이 끝나기 전에 4,400만 명분의 백신은 확보돼 있다”면서 “이 중 개별기업 협상을 통한 3,400만 명분의 백신은 확실하게 한국 정부에 공급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국장은 이외에도 추가 백신 공급 물량을 확보하거나 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수 있도록 개별 기업과 협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아직 접종 ‘타임라인’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현재까지 확보된 4,400만 명분의 백신은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데 충분한 물량이며, 접종 계획은 연내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달 중으로 예방접종 실행 방안을 마련한 뒤 접종 기관 및 접종 인력 확보, 대국민 홍보, 접종 요원 교육 등의 준비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양동교 질병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내년도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시기(11월) 전에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백신 공급 물량과 코로나19 국내 상황, 외국의 접종 상황 및 부작용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접종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선 임 국장도 “현재 백신의 안전성이 완전하게 확립되지 않아 이상 반응이 보고되는 상황이라 최대한 안전성이 확보된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3차 대유행’이 확산하는 상황이지만 외국보다는 비교적 상황이 나은 만큼 이미 접종을 시작한 외국의 사례를 주시하면서 부작용 등 임상 결과도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박예나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