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 로고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경기 속에 한정된 재화로 패션 효과를 극대화 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욕구와 이 같은 심리를 이용해 업체들이 올해 들어 다시 유행한 ‘로고 플레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로고 플레이는 브랜드 로고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1990년부터 2000년대까지 성행했던 패션 트렌드다. 명품업계와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로고 플레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동대문발 신생 브랜드까지 이를 활용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 브랜드들은 최근 시그니처 로고 및 로고 패턴을 ‘리디자인(Re-design)’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브랜드 가치가 확실한 것을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심리에 ‘코로나 블루’로 인한 욕구 불만과 플렉스 문화, 보복 소비 등이 맞물리면서 로고 플레이가 정점에 달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의류와 일부 잡화에 국한됐던 로고는 더욱 커지고 위치도 파격적이며 각종 아이템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서로를 카피하며 비슷해진 디자인의 홍수 속에 자신들의 시그니처 로고가 가장 확실한 디자인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박명선 스타일리스트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느라 자기 표현에 한계를 느끼는 젊은 층의 경우 로고라는 강력한 비주얼로 자신을 드려내려는 욕구가 가장 강하다”며 “로고는 투자 대비 보여지는 효과와 만족감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지금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명품업계는 영문 레터링 로고를 단독 디자인과 스타일로 활용 중이다. 발렌시아가, 디올, 발렌티노 등이 로고 플레이를 주도해온 가운데 올해는 프라다, 펜디 등이 합류하며 명품 로고 전쟁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프라다는 가을겨울(FW) 시즌에 로고를 가장 잘 보이도록 목 아래까지 레드 컬러의 프라다 로고를 부착한 티셔츠를 선보였다. 펜디는 제품을 살 때 담아주는 종이 쇼핑백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어 펜디 시그니처 로고가 선명한 가죽 가방을 출시했다. 셀린느는 이번 FW시즌 브랜드 로고가 큼지막하게 적용된 가방과 의류를 다양하게 선보였는데 출시와 동시에 대부분의 제품이 완판됐다.
2021년 봄여름 시즌에도 로고를 강조한 가방, 의류 제품들이 다수 출시된다. 메종 마르지엘라는 브랜드명을 기하학적으로 변형시켜 하나의 독특한 프린트처럼 표현한 티셔츠, 후드 티셔츠를 선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 가운데 올해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것은 모두 로고를 앞세운 톰브라운·아미 파리스·메종키츠네 3인방이다. 특히 아미 파리스는 알파벳 A와 조합된 하트 로고 패치 하나만으로 위치와 크기의 변주를 통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메종키츠네는 ‘폭스 헤드 패치’ ‘트리컬러 폭스 패치’ ‘더블 헤드 폭스 패치’ 등으로 다양한 여우 로고를 양산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나이키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로고 크기를 키운 양털 재킷을 선보였다. 아디다스 역시 더욱 커진 로고를 가슴 중앙에 위치시켰다. 박 스타일리스트는 “요즘에는 동대문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로고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며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릴 때도 로고가 달려 브랜드가 명확한 제품에 댓글 반응이 좋기 때문에 브랜드에 있어 로고는 ‘생존’”이라고 귀띔했다.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