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의 선거준비 분위기에서 온도 차가 감지된다. 범야권에선 7명의 후보가 속속 출사표를 던지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우상호 의원만 외로운 선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은 여권 출신의 서울시장이 성범죄를 저질러 치러지게 된 선거인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모양새다. 다만 당내 경선 분위기가 뒤늦게 달아오를 경우 본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출마 의사를 밝힌 범야권 정치인은 국민의힘 소속 이혜훈, 이종구, 김선동 전 의원과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까지 총 7명이다. 박 전 구청장이 지난달 11일 첫 출마 의지를 드러낸 이후 두 달 간 출마선언이 이어진 결과다.
특히 ‘대선 주자’ 급으로 고려됐던 안 대표까지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자 야권 구도가 요동치는 모양새다. 이날 발표된 한갈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대표는 범야권 후보 중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16.3%)을 제치고 17.4%의 지지율을 얻었다. 여론조사는 쿠키뉴스의 의뢰로 지난 19~20일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신뢰 수준 95%에 표본 오차 ± 3.5%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도 22일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이른바 ‘제3세력’이 야권의 선거를 견인하는 모양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집권세력의 독주에 대한 견제라고 생각한다”며 “새 판을 짜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데 제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에선 우상호 의원이 지난 13일 출사표를 던진 이후 출마 소식이 없다. 여권에선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깜짝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박 의원이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도 당 대표 후보로 나선 만큼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의원은 전당대회를 한 달 가량 앞둔 지난 7월 뜻밖의 출마 선언을 하며 당 안팎을 놀라게 한 적 있다.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의원 등 ‘당 대표 주자’들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뒤였던 만큼 당내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이 4달 전 전당대회에도 출마한 만큼 또 다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게 부담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박 장관은 다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내 선두주자로 꼽히지만 ‘개각’이 변수다. 그는 이날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기부 장관으로서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대처하기 위한)책임이 중요하다”며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중요한 선거이기 때문에 신중한 처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만약 내년 1월까지 박 장관이 보궐선거를 위한 조직관리 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당내 경선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청와대가 올 연말 또 한 번 개각을 단행한다면 추 장관의 출마 여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날 한길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추 장관은 범여권 후보 중 지지율 8.8%를 기록하며 박 장관(16.3%)에 이은 2위에 올랐다. 추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설치 등 검찰개혁 이슈에 있어 강경한 대응을 보여준 만큼 출마할 경우 당내 경선에서 당원들의 지지율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