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국가사무를 경기도에 떠넘기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광역버스 문제와 기재부 정책 비판에 대한 팩트체크부터 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지사는 우선 광역버스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2019년 5월 버스기사 52시간제 시행을 위해 경기도에 버스요금인상을 요구했지만, 도는 도민 반발 때문에 반대했다”며 “정부(국토부)와 민주당은 연간 수백억 예산이 드는 광역버스를 국가사무로 전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요금인상을 계속 강력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정권 문재인 정부의 일원인 경기도지사로서 정부 여당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국가사무 전환으로 절감되는 광역버스 지원예산을 승객지원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부득이 요금을 인상했다”고 했다.
또 “국가사무 처리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요금인상이 끝나자 중앙정부가 이번에는 ‘비용절반은 경기도가 내라’고 요구했다”며 “이전에도 정부부담이 30%였으니 국가사무로 전환하면서도 겨우 20%p만 추가 부담하겠다는 당황스런 요구였으나 어쩔 수 없이 이 요구도 받아들여 국토부 및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합의했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 합의마저 깨고 종전처럼 30%만 부담하겠다, 즉 추가 부담은 못하겠다며 합의된 예산을 삭감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결국 경기도는 도민에게 비난받으며 아무 대가도 없이 버스요금도 올리고, 광역버스 관리권한도 빼앗기는 결과가 됐다”며 “정부기관간 공식합의를 다른 정부기관이 마음대로 뒤집는 상식밖의 사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재부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하게 하는 것은 기재부가 ‘곳간지기’를 넘어 ‘경제정책의 설계자’가 되어 재정정책을 경제활성화 복지확대 양극화 완화 등 복합적 효과를 가지도록 설계하여 집행하라는 의미”라며 “투자할 곳은 많지만 돈이 부족해 재정 통화정책을 공급역량 확충에 집중하면 자연스레 경제가 성장하고 고용 소득 소비가 늘어나 다시 생산 투자 고용을 자극하여 선순환하던 고성장시대의 정책은, 수요부족으로 투자할 곳을 잃은 투자금이 남아돌며 저성장이 구조화된 시대에는 유효하지 못하니, 과거의 균형재정론과 공급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수요역량을 확충하는 재정확장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공적이전소득(가계지원)이 가장 적어 가계부채율은 가장 높고 국채비율은 가장 낮은 대한민국에서 국채부담을 이유로 다른 국가들이 모두 하는 가계지원과 소비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피하는 것은 ‘죽은 곳간은 지킬지라도 살릴 수 있는 경제를 죽이는 길’”이라며 “재정학과 경제학도 진화했고, 현실도 질적으로 바뀌었으니 재정정책도 재정효율 추구에 더하여 경제활성화와 복지확대, 양극화완화, 국민공동체 회복 등에 복합효과를 내도록 정책간 칸막이를 없애고 정책을 융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상식과 정부간 공식합의를 부정한 기재부의 광역버스 예산삭감은 재정정책을 둘러싼 공방과는 무관하다”며 “아무리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라지만, 홍남기 부총리님이나 기재부 관료들이 기재부정책을 비판했다하여 사감으로 정부기관간 공식합의를 마음대로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다만 고도성장시대의 추억, 경제활성화나 양극화완화보다 국고지기 역할에 경도된 사명감, 재정균형론과 국채죄악론에 빠져 어떤 가치보다 국고보전이 중요하다는 그릇된 확신을 가지고, 비록 수백억에 불과하지만, 일방적 합의파기에 의한 정부체신 손상을 감수해 가면서 힘없는 지방정부에 그 부담을 전가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크던 작던 정부기관 간 공식합의는 존중되어야 하고, 국고를 아끼려고 국가사무비용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은 처사”라며 “홍남기 부총리님께 합의에 따라 광역버스 예산을 절반이나마 부담해 주시도록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 부총리는 이날“지금 위기 극복 및 경제회복을 위해 곁눈질할 시간,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비여후석 풍불능이 지자의중 훼예불경(譬如厚石 風不能移 智者意重 毁譽 不傾)’이라는 법구경 문구를 인용하며 “두텁기가 큰 바위는 바람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듯 진중한 자의 뜻은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어제오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기재부와 저의 업무에 대해 일부 폄훼하는 지나친 주장을 듣고 제가 가톨릭 신자지만 문득 법구경 문구가 떠올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이상의 언급이나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발언은 전날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서 “전쟁 중 수술비 아낀 것은 자랑이 아니라 수준 낮은 자린고비임을 인증하는 것”이라고 자신을 한 비판을 겨냥한 것이다.
이 지사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일반재정수지 적자가 42개국 가운데 4번째로 작다고 했다”며 “이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전쟁 시기에 버금가는 막대한 수준의 재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기재부와 홍 부총리를 두고 “곳간만 잘 지켜 국가재정에 기여했다고 자만한다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라고도 지적했다.
<다음은 이 지사 SNS 전문>
광역버스 예산삭감과 기재부정책 비판은 별개..홍남기 부총리님, 국가사무를 경기도에 떠넘기지 말아 주십시오.
광역버스 문제와 기재부 정책 비판에 대한 팩트체크부터 하겠습니다.
첫째,광역버스문제입니다.
정부는 2019년 5월 버스기사 52시간제 시행을 위해 경기도에 버스요금인상을 요구했지만, 도는 도민 반발 때문에 반대했습니다. 정부(국토부)와 민주당은 연간 수백억 예산이 드는 광역버스를 국가사무로 전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요금인상을 계속 강력요구했습니다.
민주당정권 문재인 정부의 일원인 경기도지사로서 정부 여당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국가사무 전환으로 절감되는 광역버스 지원예산을 승객지원금으로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부득이 요금을 인상했습니다.
국가사무 처리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요금인상이 끝나자 중앙정부가 이번에는 ‘비용절반은 경기도가 내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전에도 정부부담이 30%였으니 국가사무로 전환하면서도 겨우 20%p만 추가부담하겠다는 당황스런 요구였으나 어쩔 수 없이 이 요구도 받아들여 국토부 및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와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 합의마저 깨고 종전처럼 30%만 부담하겠다, 즉 추가부담은 못하겠다며 합의된 예산을 삭감했습니다. 결국 경기도는 도민에게 비난받으며 아무 대가도 없이 버스요금도 올리고, 광역버스 관리권한도 빼앗기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정부기관간 공식합의를 다른 정부기관이 마음대로 뒤집는 상식밖의 사태이기도 합니다.
둘째, 기재부 정책 비판입니다.
정부의 일원으로서 경기도지사도 경기도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기재부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하게 하는 것은 기재부가 ‘곳간지기’를 넘어 ‘경제정책의 설계자’가 되어 재정정책을 경제활성화 복지확대 양극화완화 등 복합적 효과를 가지도록 설계하여 집행하라는 의미입니다.
투자할 곳은 많지만 돈이 부족해 재정 통화정책을 공급역량 확충에 집중하면 자연스레 경제가 성장하고 고용 소득 소비가 늘어나 다시 생산 투자 고용을 자극하여 선순환하던 고성장시대의 정책은, 수요부족으로 투자할 곳을 잃은 투자금이 남아돌며 저성장이 구조화된 시대에는 유효하지 못하니, 과거의 균형재정론과 공급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수요역량을 확충하는 재정확장정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세계에서 공적이전소득(가계지원)이 가장 적어 가계부채율은 가장 높고 국채비율은 가장 낮은 대한민국에서 국채부담을 이유로 다른 국가들이 모두 하는 가계지원과 소비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피하는 것은 ‘죽은 곳간은 지킬지라도 살릴 수 있는 경제를 죽이는 길’입니다. 재정학과 경제학도 진화했고, 현실도 질적으로 바뀌었으니 재정정책도 재정효율 추구에 더하여 경제활성화와 복지확대, 양극화완화, 국민공동체 회복 등에 복합효과를 내도록 정책간 칸막이를 없애고 정책을 융복합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결론을 말씀드립니다.
상식과 정부간 공식합의를 부정한 기재부의 광역버스 예산삭감은 재정정책을 둘러싼 공방과는 무관합니다.
아무리 ‘기재부의 나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소불위라지만, 홍남기 부총리님이나 기재부 관료들이 기재부정책을 비판했다하여 사감으로 정부기관간 공식합의를 마음대로 깨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고도성장시대의 추억, 경제활성화나 양극화완화보다 국고지기 역할에 경도된 사명감, 재정균형론과 국채죄악론에 빠져 어떤 가치보다 국고보전이 중요하다는 그릇된 확신을 가지고, 비록 수백억에 불과하지만 일방적 합의파기에 의한 정부체신 손상을 감수해 가면서 힘없는 지방정부에 그 부담을 전가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크던 작던 정부기관 간 공식합의는 존중되어야 하고, 국고를 아끼려고 국가사무비용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은 처사입니다. 홍남기 부총리님께 합의에 따라 광역버스 예산을 절반이나마 부담해 주시도록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 소속 경기도지사도 민주당정권과 문재인정부의 일원이니 기재부와 경기도간 갈등을 조장하는 추측성 갈라치기는 사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