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미군 부대에서 복무하는 한국군 병사 ‘카투사’와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문제를 협의하자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실무 차원의 의견 교환을 넘어 공식 협의가 진행될 경우 미군 부대 내에서 한국인 첫 백신 접종자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28일 국방부에 카투사 백신 접종 문제 등과 관련한 협의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앞서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카투사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질병관리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면서 “주한미군 측에서 조만간 국방부에 공식 협의 요청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는 질병관리청, 주한미군, 국방부 간의 실무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한미군은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이날 미군 라디오방송인 AFN에 출연해 “29일부터 오산·군산·험프리스(평택) 기지에 대한 접종이 시작된다”며 초기 접종 대상자는 3개 기지 내 의료진과 지원인력 등 필수인력에 국한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접종 여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면서도 가급적 모든 대상자가 접종받기를 권한다고 당부했다. 미군 측은 본격적인 접종 개시를 하루 앞두고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장병들의 접종 동참 분위기를 조성했다.
주한미군은 지난 25일 코로나19 백신 1차 보급물량을 미국 국방부로부터 전달받았다. 해당 백신은 지난 1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EUA)을 받은 모더나 제품으로 1,000회 안팎의 분량이다. 모더나 백신은 이미 미국과 영국에서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같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을 사용하는 백신이다. 4주 간격으로 두 차례 접종한다. 이에 따라 접종 가능 인원은 50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은 카투사와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본인들의 희망 여부에 따라 백신 투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접종 대상인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의 ‘브라이언 올굿’ 병원 의료진과 지원인력 가운데 의무행정 인력으로 군 복무 중인 40여 명의 카투사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접종을 받게 되면 이는 첫 한국인 사례로 남는다.